‘제2의 티메프’되나…발란, 신규 결제 전면 중단·연락두절

입력 2025-03-29 13:34 수정 2025-03-30 08:43
발란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 1위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이 모든 신규 결제를 중단하면서 정산 지연 사태가 심각한 위기로 번지고 있다.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속에, 명품 유통 업계 전반에도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발란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모든 결제 수단이 차단된 상태다.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를 시도하면 ‘현재 모든 결제 수단 이용이 불가하다. 빠른 시일 내에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 중’이라는 안내 문구만 뜬다. 사실상 서비스 중단 상태에 가깝다. 현재까지 회사 측 공식 입장이나 해명도 없는 상태다. 최형록 대표를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 역시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발란 측은 현재까지 공식적인 해명 없이 침묵 중이다. 최형록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 역시 연락이 두절된 상황이다.

발란은 최근 화장품 유통 기업 실리콘투로부터 15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4일부터 정산을 중단했다. 당초 28일 입점 파트너사들에게 정산금 확정 금액과 지급 일정을 공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마저도 지키지 않으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현재 발란은 “일부 입점사에 과다 지급된 오류로 인해 정산 재산정 작업 중”이라는 설명만 반복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발란의 미정산 금액이 약 1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약 1300개에 이르는 입점 업체들과 월 평균 거래액 300억원 규모를 감안할 때 여파는 클 것으로 보인다.

최형록 대표는 입점 업체들에 보낸 입장문에서 “이번 주 안에 실행안을 확정하겠다”며 “다음 주에는 그간의 경위와 향후 계획을 투명하게 설명할 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이 플랫폼이 무너지면 발란뿐 아니라 온라인 명품 시장 전체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산 일정이나 지급 방안이 빠진 탓에, 입점업체들의 불신은 오히려 증폭됐다.

일부 업체들은 “정산 중단과 시스템 고도화라는 설명이 과거 티몬·위메프 사태와 유사하다”며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는 지난해 경영난으로 정산금과 소비자 환불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법정관리 중이다. 발란이 같은 길을 걷게 될 경우, 상거래 채권이 동결되며 셀러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이에 일부 판매자들은 피해자 단체 채팅방을 만들고 본사 항의 방문을 진행하는 등 집단 대응에 나섰다. 발란은 모든 직원을 재택근무로 전환한 상태다.

글로벌 명품 시장 자체도 위축되고 있다.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개인 명품 시장 규모는 3630억 유로(약 538조원)로 전년 대비 2% 감소했다.

국내 시장도 비슷하다. 최근 1년 사이 명품 플랫폼 4곳이 문을 닫았다. 지난해 12월 ‘럭셔리 갤러리’가, 올해 초에는 ‘디코드’가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캐치패션’과 ‘한스타일’도 사이트 폐쇄를 결정했다. 발란과 함께 ‘3대 명품 플랫폼’으로 불리던 머스트잇과 트렌비는 현재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드러내며, 협력사에 유동자산과 예수금 현황을 공유하는 등 재무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