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2022년 인수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X, 구 트위터)’를 자신의 인공지능(AI) 기업인 ‘xAI’에 깜짝 매각했다.
머스크는 28일(현지시각) 자신의 SNS를 통해 “xAI가 엑스를 330억 달러(약 48조5000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2022년 440억 달러에 인수한 엑스를 자신의 AI 스타트업에 매각한 것이다. 그는 “엑스의 영향력과 xAI의 고급 AI 기술을 결합해 더 스마트하고 유익한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xAI는 머스크가 2023년 7월 설립한 AI 기업이다. 오픈AI의 챗GPT 대항마로 ‘그록’(Grok)이라는 AI 챗봇을 출시했다. 일론 머스크는 이번 인수에서 xAI의 가치를 800억 달러, 엑스(X)의 가치를 부채 120억 달러를 포함해 총 450억 달러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는 전액 주식 교환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모건스탠리가 단독 금융 자문사로 참여했다. 엑스의 가치는 머스크가 2022년 트위터를 440억 달러에 인수할 당시보다 낮은 330억 달러로 책정됐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뒤 엑스로 이름을 바꿨다.
한편 머스크가 정치적 행보를 강화하는 사이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 주요 기업들은 경쟁 심화와 신뢰 하락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도에서 스페이스X와 테슬라를 중심으로 머스크의 기업들이 정치적, 시장적 압력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페이스X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통해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해왔지만,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위협 발언으로 유럽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평가다. 머스크는 과거 “내가 스타링크를 차단하면 우크라이나군 전선 전체가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논란이 커지자 “스타링크에서 우크라이나를 끊어내겠다고 위협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후 유럽 내에서는 대체 위성 기업 찾기 움직임이 시작됐다. 프랑스의 유텔샛과 합병한 원웹, 미국 아마존의 ‘프로젝트 카이퍼’ 등도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테슬라다.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서 모든 연방정부 업무에 개입하려던 머스크 CEO의 행보에 분노한 시민들이 테슬라 차량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면서 역풍을 맞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12월 최고점을 찍은 후 반 토막이 났다.
여기에 접착제 문제로 인한 사이버트럭 리콜 사태, 북미 시장 점유율 하락 등 악재가 겹쳤다. RBC캐피털마켓은 테슬라의 북미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2년 전 68%에서 올해 53%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 시장에서도 고전 중이다. 테슬라의 2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9%나 급감한 반면, 중국 전기차 강자 BYD는 같은 기간 161% 증가하며 시장 점유율 15%를 기록했다. 이는 테슬라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코노미스트는 “머스크 CEO가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은 그가 보유한 기업 가치를 천문학적으로 끌어올리는 원동력이었다”며 “그러나 그는 초점을 잃었고 경쟁사들은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