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72·안동 임하교회 권사)씨는 지난 25일 늦은 오후를 회상하며 수화기 너머로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김씨는 당시 경상도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로 경북 안동의 집 근처에 있던 축사가 전소됐다.
김씨는 2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자식같이 생각하며 여물도 주고 기르던 소 일곱 마리가 모두 불에 타죽었다”며 “수의사께서 나머지 소들도 상태가 안 좋아 별도리가 없다고 하더라”며 울먹였다.
산불이 일어날 당시 김씨는 출석 교회 장로가 돌아가셨단 소식을 듣고 남편과 함께 문상을 가려 나갈 채비를 하던 참이었다. 김씨는 “당시 이웃 동네는 대피하고 있단 소식을 듣긴 했지만 우린 아직 미처 대피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집을 나서려는데 안개가 자욱해 서둘러 축사로 가보니 이미 불에 타고 있었고 삽시간에 모두 다 탔다”고 말했다.
김씨가 다니는 임하교회의 남두섭(62) 목사 사택과 교회 부속 건물도 이번 산불로 전소됐다. 남 목사는 “하늘이 새까매지면서 바람이 막 불더니 순식간에 불덩어리가 하늘에서 막 날아왔다”며 “집에도 불이 붙어 서둘러 도망치듯 빠져 나왔다”며 수화기 너머로 당시의 급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안동을 비롯해 영덕·청송·영양 등 영남권 전역으로 번지면서 사상자와 재산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대표회장 김종혁 목사)은 즉각 산불 피해 주민 돕기에 나섰다. 한교총 긴급구호대책 대표 겸 공동대표회장인 이욥 목사 외 실무진이 28일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자 급히 의성군을 찾았다. 한교총 김종명 총무와 신평식 사무총장, 김일엽 기독교한국침례회 총무가 동행했다.
이날 의성군 일대는 매캐한 산불 냄새가 온 동네에 진동했다. 인근 산등성이는 탄 나무로 군데군데 검게 그을렸다. 아직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늘엔 물을 실어 나르는 헬리콥터 소리로 끊임없이 울렸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이 목사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의성군 내 산불은 90% 진화해 오늘 중으로 주불은 진화될 것 같지만 낙엽이 많아 바람이 불면 또 불씨가 살아나길 반복하고 있다”며 “특히 인근 영양과 청송 지역 진화율이 낮아 걱정이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교단 소속 전소된 피해 교회를 먼저 돌아보고 왔는데 굉장히 참담했다”며 “피해 지역도 넓고 인명피해도 많은데 한국교회가 힘을 합해 복구와 지원에 힘을 모으겠다”고 위로를 건넸다. 이어 “현장에서 수고하시는 공무원들과 봉사자들이 힘을 내 잘 감당해 주시길 부탁드리며, 한국교회도 기도하면서 계속 모금과 후원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김 군수는 “한국교회가 관심 두고 찾아줘서 감사하다”며 “주민들을 염려해 주시는 마음 잘 받들어 위로를 전하며 최선을 다해 주민들을 섬기겠다”고 했다. 의성군기독교연합회장인 김규 목사도 “재난 가운데 있는 우리 지역과 교회에 관심을 준 한국교회에 감사드린다”며 “지역 내 산불 피해 주민과 성도분들을 위해 한국교회의 많은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씨는 “삶의 의욕을 못 느낄 정도로 상실감이 크다”면서도 “하나님을 의지하고 살 수 있는 용기를, 신앙으로 힘 얻고 이겨 낼 수 있도록 한국교회 성도들도 함께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한교총은 이날 공동모금회를 통해 의성군과 의성군기독교연합회에 긴급구호금을 전달했다. 향후 전 회원 교단과 함께 한국교회 차원의 모금 활동을 벌이며, 도움이 필요한 곳에 재정 지원과 함께 봉사활동에도 나설 계획이다.
안동·의성=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