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 선교, 함께 가야 멀리 갑니다”

입력 2025-03-29 06:20
이영빈 목사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수어로 이야기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이영빈(70) 목사는 듣지 못하거나 말하지 못하는 농인(聾人)에게 복음을 전하는 목회자다. 그 역시 농인이다. 이 목사가 2년 전부터 세계 농인 교역자와 농인 선교를 위해 공들인 국제단체 ‘세계농인기독교인펠로우십(WDCF)’ 설립이 내달로 다가왔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난 이 목사는 “세계 농인 교역자가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하나 되는 시간이 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나란히 앉은 수어통역사 김선미(44)씨가 이 목사의 손끝에서 나오는 그의 이야기를 청인(聽人)인 기자에게 소리로 전해 주었다.
세계농인기독교인펠로우십(WDCF) 창립총회 포스터. WDCF 제공

WDCF 창립총회는 다음 달 30일부터 4박5일간 브라질 쿠리치바의 제일침례교회에서 열린다. 이 목사는 WDCF 창립총회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2년 전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의 농인 목회자들과 기도 모임을 시작으로 그해 6월 브라질에서 열린 ‘제4회 범미기독농인콘퍼런스’에서 단체 출범의 필요성을 확인했다”며 “이번 총회에서 단체의 방향성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총회 주제는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자’이다. 수어 찬양과 설교, 이단 침투 방지책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농인들이 꾸미는 공연도 준비돼 있다. 아프리카 독일 포르투갈의 세계 농인 목회자 등 100명이 현재까지 참가 신청을 완료했다. 이 목사는 “참석 인원 목표는 200명”이라며 “비자 문제와 항공권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역자들이 많아 기도와 후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세계 농인 목회자 현황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이 목사에 따르면 현재 세계 농인 목회자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가 없다. 국내 초교파 모임인 한국기독교농아총연합회(한기농총)에 소속된 농인 목회자는 180명에 불과하다.

이영빈(왼쪽) 목사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수어로 이야기하고, 수어 통역을 위해 동행한 김선미 통역사가 이를 바라보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한기농총 회장을 지낸 적 있는 이 목사는 “국내 농인 교역자는 전체 목회자의 2%에 불과하고, 43만명에 이르는 농인 인구에 비해서도 부족하긴 마찬가지”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개도국에서는 농인 목회자가 단 한 명뿐인 경우도 있기에 농인 목회에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이 목사는 한국 수어성경 번역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책에 적힌 문자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농인에게 수어가 담긴 성경이 절실하다는 것. 이 목사는 2013년부터 수어 번역 작업으로 성경 66권을 완역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농인 영혼 구원 사역을 위해서 필수인 한국수어성경 제작을 위한 번역을 진행중이지만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현재 진행률은 0.2%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인 선교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한국교회가 함께 기도하고 협력해 더 큰 열매가 맺어지길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