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피해견 위한 사료 2t 사라져” 동물단체 호소

입력 2025-03-28 16:45 수정 2025-03-28 17:04
산불 현장에서 구조된 반려견. 위액트 인스타그램 캡처
경북 영덕에서 산불 피해를 입은 반려견들을 위해 동물단체가 마련한 사료 2t 분량이 밤사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동물구조단체 사단법인 위액트는 28일 SNS를 통해 “어제 늦은 밤부터 자정까지 봉사자님들과 함께 사료 2t을 영덕 군민운동장 한 켠에 쌓아 뒀다”며 “하지만 오늘 오전 산더미처럼 쌓아둔 사료가 보이지 않았다. CCTV 영상에 의하면 새벽 6시 무렵 청년 대여섯명이 사료를 다 실어갔다”고 전했다.

28일 오전 1시까지 경북 영덕 군민운동장에 쌓여 있던 2t 가량의 사료 더미. 위액트 인스타그램 캡처
이들은 영덕 군민운동장에 사료를 모아놓고 이를 거점으로 구조가 필요한 산불 피해견을 수색하고 있다. 사건은 수색을 나간 사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위액트는 “사료가 1포도 남김없이 사라져 봉사자들과 활동가들은 난감한 상황”이라며 “사료가 필요한 군민들께 나누고자 했던 것 역시 어렵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차에 구비해 놓은 사료가 소량 남아있어 마을 개들을 위한 밥, 물 급여는 가능하지만 금방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료를 기다렸을 영덕 군민들께 죄송하단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또한 가져간 사료를 이날 오후 5시까지 되돌려 놓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위액트는 지난 23일부터 산불이 발생한 지역에서 동물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단체는 “산불 발화 지점부터 수색을 시작해 인근 대피소를 찾아가 주민들에게 미처 대피하지 못한 동물이 있는지 확인했다”고 밝혔다.

산불 현장에서 구조된 반려견. 위액트 인스타그램 캡처
불길이 휩쓸고 가 폐허가 된 민가 마당의 작은 고무통 안에서는 몸을 웅크린 채 희미하게 숨만 쉬고 있던 개가 구조되기도 했다. 주민들도 급하게 대피하는 통에 목줄에 묶여 산불 속 홀로 남겨진 개들도 일부 있었다.

위액트는 “많은 반려견이 불에 타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마을 곳곳을 수색하며 도움이 필요한 생명을 찾고 있다”며 “치료가 필요한 반려견은 곧바로 서울의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으며, 집을 잃은 아이들은 밥·물 급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