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정부에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부적절” 의견서 발송

입력 2025-03-28 15:11 수정 2025-03-28 17:00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FSS SPEAKS 2025'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28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는 적절치 않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보냈다.

금감원은 이날 의견서에서 “상법 개정안이 장기간의 논의를 거쳐 국회에서 통과된 현재로서는 재의요구를 통해 그간의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비생산적이며 불필요한 사회적 에너지 소모 등 효율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정부안인 자본시장법 대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국회의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도 큰 진척이 없었던 상황에서 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이 행사되면 자본시장법상 원칙 규정 도입에 국회 합의를 기대하기 어려워 교착상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금감원은 전망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상법 개정안을 공포하고 부작용 완화방안을 보완하는 게 낫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금감원은 “상법 개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해 경영자들의 혁신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데 집중하고 주주 충실의무의 구체적 내용이 법원 판결례를 통해 형성되기 전까지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고, 법원 판결이 바람직하게 형성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그동안 상법 개정안에 여러 문제가 있지만 자본시장 선진화 및 시장 신뢰를 위해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한다”라고도 했다.

이 원장은 이날 오전 비공개로 열린 F4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F4 회의는 주요 경제 현안과 정책을 점검하고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비공식 고위급 협의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 원장이 참석자다.

특별한 외부 일정이나 불가피한 사정이 없는 상황에서 F4 회의에 불참한 것은 이례적으로 여겨진다. 일각에서는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쪽으로 정부 부처 간 의견이 모이는 데 대해 이 원장이 반발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26일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이 원장과 상충되는 입장을 내놨다.

김 위원장은 “상법 개정안 대안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우선했으면 좋겠다거나 자본시장법과 함께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말해왔다”며 상법 개정보다는 그 대안적 성격으로 정부가 마련한 자본시장법 개정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만난 경제 6단체장은 지난 13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한 한 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법안은 다음 날부터 15일 안에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이에 따른 상법 개정안 처리 시한은 다음 달 5일까지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