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영언론도 ‘폭싹 속았수다’ 호평…“사랑·가족애·성장스토리로 감동 안겨”

입력 2025-03-28 11:10

중국 관영언론이 넷플릭스에서 방송되는 한국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 호평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7일 ‘한국 시대극의 새로운 돌풍’ 기사를 통해 “지난 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폭싹 속았수다’가 더우반에서 평점 9.4를 받았다”며 “최근 몇 년간 이 플랫폼에서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드라마가 됐다”고 전했다. 중국 인민일보 계열인 환구시보는 국수주의 성향의 매체다.

중국에선 K드라마 방송이나 넷플릭스 서비스가 차단돼 있어서 중국인들은 불법적인 경로로 ‘폭싹 속았수다’를 시청한다. 평점 사이트인 더우반을 검색하면 중국인들이 어떤 K드라마를 보고 어떻게 평가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

환구시보는 ‘폭싹 속았수다’에 대해 “1960년대 제주도를 배경으로 여성 3세대의 운명을 통해 반세기를 넘나드는 사랑과 가족애, 성장 스토리를 그린다”며 “초반부 사랑 이야기가 많은 시청자를 감동시켰다”고 전했다. 이어 “물질적으로 궁핍한 시대에 평범한 사람들이 진흙탕 속에서 어떻게 서로를 끌어안고 온기를 나누는지 보여준다”면서 “사랑과 관련된 힐링 서사가 드라마의 대중적 인기에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드라마가 전개될수록 여성 3세대의 성장 스토리가 부각한다”면서 “서울에 가겠다는 꿈을 이룬 3대째의 주인공은 자율적 선택권을 가진 여성으로 성장한다”고 짚었다.

‘폭싹 속았수다’가 넷플릭스 글로벌 드라마 인기 순위에서 4위에 오르고 미국의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98%의 신선도를 기록하며 호평을 받은 사실도 언급했다. 해외 누리꾼들이 “10년에 한 번 나올 법한 드라마로, 한국 드라마의 미래 기준이 될 것”이라는 댓글을 달았다는 사실도 전했다.

환구시보는 “과거 한류가 유행했던 시기는 시대극이 아닌 멜로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넷플릭스와 협업한 후 복수, 미스터리, 판타지 등과 같은 새로운 장르의 한국 드라마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폭싹 속았수다’와 비슷한 시대극인 ‘응답하라 1988’이 10년 전 중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모은 사실도 부각했다. 매체는 이 드라마에 대해 “쌍문동 다섯 가족의 일상을 통해 1980년대 한국의 사회 변화를 삶의 디테일에 녹여내고, 일반인들의 성장과 정서를 시대와 연결시켜 문화를 뛰어넘는 공감을 이끌어냈다”며 “더우반에서 평점 9.7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중국 관영 매체가 K드라마를 이례적으로 호평한 것은 한한령(한류금지령) 해제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사태 이후 비공식적으로 한한령을 내려 K팝 가수의 중국 공연과 K드라마 방영 등을 금지했다.

하지만 올해들어 시진핑 국가주석과 왕이 외교부장이 한·중 문화교류 확대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등 기류가 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K팝 아이돌인 아이브가 지난 20일, 트와이스가 지난달 22일 상하이에서 팬사인회를 가졌다. 다음 달 12~13일에는 중국 남부 하이난에서 ‘워터밤 하이난 2025’가 열리는데 갓세븐, 헨리, 제시카, 에일리, 타이거JK & 윤미래 등 외국 국적은 가진 K팝 가수들이 대거 출연한다. 한국 국적 K팝 가수의 대규모 공연도 올해 안에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