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군민 A씨는 “뒤늦게 엄마를 찾으러 갔는데 이미 늦었더라. 나는 엄마도 못 지킨 아들”이라며 “우리 엄마 좋은 데 갔을까 매 순간 생각한다”고 28일 연합뉴스에 토로했다.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이 안동을 넘어 영양 A씨의 마을 앞 산등성이까지 번진 것은 지난 25일 오후 9시30분쯤이었다. 멀리서 보이기 시작한 불기둥은 강풍에 실려 육안으로 보일 만큼 빠른 속도로 밀려오고 있었다.
A씨는 황급히 노모를 자택에서 2㎞ 남짓 떨어진 이웃집으로 피신시킨 뒤 이들에게 “다 같이 빨리 대피하라”고 당부하고 다시 마을회관으로 돌아갔다. 고령자가 대부분인 주민들 상당수가 여전히 마을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마을회관에 도착한 지 5분도 안 돼 30가구가 사는 마을 전체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이장에게 연락해 마을 방송을 하게 한 A씨는 이집 저집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소리치고 길 안내를 했다.
부리나케 다시 마을로 돌아갔지만 이미 산불이 온 마을을 집어삼킨 뒤였다. A씨는 “마을 입구부터 연기로 한 치 앞도 분간할 수가 없는 데다 바람도 엄청나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며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마을로 못 들어가게 나를 붙잡았다”고 돌이켰다.
옷가지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이재민이 된 A씨는 뒤늦게 모친의 시신을 찾고서는 같이 불구덩이에 뛰어들고 싶었다고 했다. 어머니를 끝까지 챙기지 못한 것을 평생 후회할 것 같다면서도 남을 원망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그는 말했다.
A씨는 “평생 상상도 못 했던 산불이었다. 다른 주민들도, 진화대원들도, 공무원들까지 모두 경황이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은 하루빨리 장례식을 열어 빨리 엄마를 편하게 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