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구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기존에는 대장내시경이나 조직검사에 의존하던 염증성 장 질환(IBD) 진단이 혈액 속 분자 분석(멀티 오믹스)을 통해 더 정확하고 간편하게 이뤄질 수 있다.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은 27일 이홍섭 교수 연구팀이 혈액 속 분자 특성 분석을 통해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구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크론병 환자 18명, 궤양성 대장염 환자 57명의 혈청을 분석해 만성 염증, 인지질, 담즙산 대사 등에서 두 질환 간 뚜렷한 차이를 확인했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결합 담즙산 수치가 더 높고 인지질 조성에도 변화가 있었다. 이를 통해 두 질환을 판별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후보군이 제시됐다.
또한 대변 내 염증 지표인 칼프로텍틴 수치와도 연관성이 확인됐다. 높은 칼프로텍틴 수치는 염증 관련 단백질과 스핑고미엘린이 증가했지만, 담즙산과 아미노산, 중성지방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를 통해 질환의 ‘활동기’와 ‘관해기’를 분자 수준에서 구분할 가능성도 열렸다.
이번 연구는 치료 중인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돼 임상 적용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염증성 장 질환의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활용될 수 있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홍섭 교수는 “이번 연구는 염증성 장 질환의 복잡한 분자 특성을 이해하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간 성과”라며 “더 큰 규모의 종단 연구를 통해 개인 맞춤 치료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약물 및 생물의학 분야의 SCIE급 국제학술지 ‘Journal of Pharmaceutical and Biomedical Analysis’ 최근호에 게재됐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