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與, 사람 죽어가는 와중에도 정쟁…재난 예비비 충분”

입력 2025-03-27 16:28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경북 청송 진보문화체육센터에 차려진 산불 이재민 대피소를 찾아 피해 주민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틀간 경북 산불 현장을 돌아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람들이 죽어가고 집을 잃는 와중에도 정쟁을 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정부를 향해선 적극적인 예비비 투입과 군 인력 동원 확대를 요청하고, 타 지방자치단체에 이재민을 위한 임시 주거시설(쉘터) 여유분을 지원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대표는 27일 경북 청송 진보문화체육센터에 차려진 산불 피해 이재민 대피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웬만하면 국민의힘 얘길 안 하려고 하는데 이게 뭐 하는 짓인가. 국민이 죽어가는 현장에서도 시비를 건다”고 말했다. 산불 대응을 위해선 올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야당이 감액했던 예비비 2조원을 복구해야 한다는 여당 주장을 지적한 것이다. 이 대표는 “지금 있는 재난 예비비로도 충분하다. 1조 5000억원이고 필요하면 더 쓸 수 있다”며 “예산(삭감)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군 인력의 적극적 투입도 제안했다. 그는 “파악한 바에 의하면 500명 정도의 군 인력이 지원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 정도론 매우 부족할 것 같다”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가용한 군 인력을 잔불 정리나 화재 진압에 투입해주길 요청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안동 등지에선 이재민이 임시로 기거할 시설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호남 지역의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임시 지원을 요청해둔 상태라고도 설명했다.

이 대표는 “주택 손실이 너무 많다. 장기적으로 주택을 다시 신축하든, 긴급하게 모듈 주택이라도 공급해야 한다”며 “민주당 차원에서 전국의 모듈 주택 재고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 주거손실 이외의 물적 피해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 저녁 안동을 시작으로 의성, 청송, 영양을 차례로 둘러봤다. 이 대표는 “의성의 한 마을은 전소돼 그 참혹함이 말하기 어려운 지경이었다”며 “다들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장을 보고 현장의 절박함을 느껴봤으면 좋겠다. 국민의힘도 절박한 현장을 보면 예비비 삭감같은 얘기는 안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피소로 몸을 피한 이재민들은 이 대표를 향해 각자의 사연을 토로하며 지원을 당부했다. 한 주민은 “지금도 불타고 있다. 불 끄러 가자”며 이 대표에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에 이 대표는 “얼마나 다급하면 저럴까 싶다. 주민들 입장에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상관있겠느냐”며 “집행 권한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저희 입장에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청송=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