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경북 산불 현장을 돌아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람들이 죽어가고 집을 잃는 와중에도 정쟁을 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정부를 향해선 적극적인 예비비 투입과 군 인력 동원 확대를 요청하고, 타 지방자치단체에 이재민을 위한 임시 주거시설(쉘터) 여유분을 지원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대표는 27일 경북 청송 진보문화체육센터에 차려진 산불 피해 이재민 대피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웬만하면 국민의힘 얘길 안 하려고 하는데 이게 뭐 하는 짓인가. 국민이 죽어가는 현장에서도 시비를 건다”고 말했다. 산불 대응을 위해선 올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야당이 감액했던 예비비 2조원을 복구해야 한다는 여당 주장을 지적한 것이다. 이 대표는 “지금 있는 재난 예비비로도 충분하다. 1조 5000억원이고 필요하면 더 쓸 수 있다”며 “예산(삭감)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군 인력의 적극적 투입도 제안했다. 그는 “파악한 바에 의하면 500명 정도의 군 인력이 지원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 정도론 매우 부족할 것 같다”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가용한 군 인력을 잔불 정리나 화재 진압에 투입해주길 요청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안동 등지에선 이재민이 임시로 기거할 시설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호남 지역의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임시 지원을 요청해둔 상태라고도 설명했다.
이 대표는 “주택 손실이 너무 많다. 장기적으로 주택을 다시 신축하든, 긴급하게 모듈 주택이라도 공급해야 한다”며 “민주당 차원에서 전국의 모듈 주택 재고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 주거손실 이외의 물적 피해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 저녁 안동을 시작으로 의성, 청송, 영양을 차례로 둘러봤다. 이 대표는 “의성의 한 마을은 전소돼 그 참혹함이 말하기 어려운 지경이었다”며 “다들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장을 보고 현장의 절박함을 느껴봤으면 좋겠다. 국민의힘도 절박한 현장을 보면 예비비 삭감같은 얘기는 안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피소로 몸을 피한 이재민들은 이 대표를 향해 각자의 사연을 토로하며 지원을 당부했다. 한 주민은 “지금도 불타고 있다. 불 끄러 가자”며 이 대표에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에 이 대표는 “얼마나 다급하면 저럴까 싶다. 주민들 입장에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상관있겠느냐”며 “집행 권한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저희 입장에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청송=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