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도심 골목길에서 흉기를 휘두르며 습격을 가한 스토킹 용의자를 제압하기 위해 실탄을 발사해 숨지게 한 경찰의 결정은 정당한 공권력 행사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광주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7일 흉기를 든 채 경찰관을 습격했다가 총격으로 숨진 피의자 A씨(51)의 사건 브리핑을 열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특수공무집행치상 혐의가 적용되는 A씨가 숨진데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하고, 총기를 사용한 경찰관 B(54)경감은 정당방위 상항에서의 적법한 직무수행이 인정돼 불입건 종결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당시 흉기를 휘둘러 B 경감에 중상을 가했고 이후 수차례 경고·투항 명령과 공포탄 발사에도 계속 공격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B 경감의 총기 사용은 흉기를 이용한 공격에 부상까지 입으면서 사용 요건·필요성을 인정받았다.
A씨는 범행 당일 새벽 3시8분쯤 흉기를 든 채 B 경감을 덮쳐 얼굴에 큰 상처를 입혔다. 2초 동안 벌어진 몸싸움 뒤 B 경감은 부상을 입은 채 권총을 꺼내 들었다.
이후 20여초 동안 대치하던 중 A씨의 2차 공격이 시작되자 B 경감은 공포탄 발사 6초 뒤 실탄을 쐈다. 첫 번째 실탄은 빗나갔으나 두 번째와 세 번째 실탄은 명중했다.
경찰은 A씨가 B 경감과 대치한 상황을 단순 위협이 아닌 치명적인 공격 상황으로 판단했다.
경찰관이 사용할 수 있는 물리력의 수준은 신변 위협 정도에 따라 5단계(순응·소극적 저항·적극적 저항·폭력적 공격·치명적 공격)로 나뉜다.
경찰은 B 경감이 실탄 사용 직전 이미 피습당해 중상을 입었던 상황이 물리력 대응 단계 중 5단계에 해당한다고 봤다. 5단계에서는 권총 사용이 가능하다.
B 경감이 쏜 첫 번째 실탄은 A씨를 빗나갔다. B 경감은 빗나간 줄 모르고 쏜 두 번째 실탄에도 A씨가 제압되지 않자 세 번째 실탄까지 사용했다. 첫 번째 실탄부터 세 번째 실탄 사용까지는 3초 이내 시간이 걸린 것으로도 파악됐다.
특히 1m 이내 최근접 거리에서 계속되는 공격에 대퇴부 이하 조준이 어려웠을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이에 경찰은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의 총기 사용이 적법한 직무 집행에 해당한다고 보고 B 경감을 불입건 종결했다.
현장에 함께 출동했다가 이탈한 의혹을 산 동료 경찰관에 대해서도 ‘적법한 절차’로 판단했다.
동료 경찰관은 피의자를 발견한 직후 테이저건 발사를 준비했다. CCTV 영상에 촬영한 현장을 이탈하는 듯한 장면은 지원병력을 부르기 위해 이동한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밖에 숨진 A씨에 대한 부검 결과 약물이나 마약류에 대한 양성 반응은 없었다. A씨 자택 압수수색과 휴대폰 포렌식 조사에서도 뚜렷한 흉기 소지 등 경위가 나오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26일 오전 3시7분쯤 광주 동구 금남로 금남공원 인근 골목길에서 A씨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광주 동부서 금남지구대 경찰관 B 경감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피습 직후 동료 경찰관이 A씨에게 테이저건을 발사했으나 전극 침이 두꺼운 외투를 뚫지 못해 소용이 없었다. A씨가 달려들며 또 다시 흉기를 휘두르자 B 경감은 권총으로 공포탄 1발과 실탄 3발을 차례로 쐈다.
총상을 입은 A씨는 결국 숨졌고 흉기에 2차례 얼굴 부위를 다쳐 중상을 입은 B 경감도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수술을 받았다.
광주=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