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김상열호(號)가 새로운 도약을 위해 힘차게 출항했다.
김 회장이 13대에 이어 4년 만에 15대 회장직을 고심 끝에 수락했다. 글로벌 투어를 지향하는 KLPGA 구성원들의 염원을 외면할 수 없어서 였다고 한다. 김 회장 본인의 KLPGA를 향한 변함없는 애정도 영향을 끼쳤다.
KLPGA투어의 인기는 여전히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다. 하지만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 상황을 감안했을 때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선제적 대응이 절실한 시기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를 간파한 협회 이사들이 강력한 리더십을 찾아 백방으로 수소문한 것은 꽤나 시의적절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호반그룹 창업주이자 현 서울신문 회장인 김 회장은 KLPGA구성원들이 찾는 최적임자가 아닐 수 없었다. 물론 김 회장이 제13대 수장으로 재임했던 시기가 KLPGA의 ‘황금기’였다는 것도 협회 구성원들이 그에게 SOS를 청한 주요 논거 중 하나였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이사회의 전폭적 지지로 추대를 받은 김 회장은 지난 3월 20일 열린 KLPGA 정기 총회에서 재석 대의원들의 만장일치로 제15대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책임’과 ‘영광’을 화두로 꺼냈다. 자신을 믿고 맡겨준 회원들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인 동시에 회원들을 존중하는 겸손으로 읽혀지는 대목이었다.
KLPGA는 김 회장이 취임사에서 언급했듯이 1978년 협회 창립 이래로 수많은 세계 정상급 선수를 배출, 대한민국 스포츠의 명성을 높여 국민들에게 감동과 자긍심을 선사해 왔다. KLPGA투어는 오늘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와 함께 세계 3대 투어로 발전했다.
하지만 턱밑까지 밀려온 세계 경제 불황 파고 속에서 지금은 분명 위기다. 기업인 출신인 김 회장이 이를 인식 못할 리 없다.
그는 “KLPGA는 그동안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며 발전을 이뤄낸 위기 극복 DNA가 있다”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닥쳐오는 위기 역시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 더욱 단단한 기반을 마련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임기 내에 KLPGA의 미래를 더욱 견고히 하고 세계 스포츠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게 될 3가지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회원 복리후생, KLPGA투어의 질적 성장, 그리고 KLPGA투어의 글로벌 위상 제고다. 그는 그 3가지 추진 방향을 바탕으로 세계 스포츠계를 선도할 혁신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출입 기자단 간담회에서도 김 회장은 시종일관 강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말이 간담회지 쏟아진 질의만 놓고 본다면 공식 기자회견이나 다름 없었다. 민감한 현안에 대한 질문에도 이례적으로 공세적이면서 전향적인 견지로 임했다.
역설적으로 얘기하자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방증이다. 그 중에서 가장 강렬하게 뇌리에 박힌 키워드는 ‘빗장’이었다. 올 시즌 초반 LPGA투어에서 일본 선수들에 비해 우리 선수들이 다소 밀리는 경향이 있는데 그 원인이 굳게 걸어 잠근 KLPGA의 빗장 때문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래서 그런 빗장을 과감히 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시말해 예전처럼 국내 정상의 선수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해외 무대에 진출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 놓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미 손질을 본 규정도 있다. KLPGA는 해외에서 활동중인 KLPGA투어 시드권자가 KLPGA투어 대회에 연간 3개 미만 출전할 경우 1개 시즌씩 시드권을 소멸하는 규정을 올 초에 폐지했다.
김 회장은 이렇듯 해외파 선수들의 활동을 제약하는 그 외 모든 규정에 대해 과감히 손을 보겠다는 확고한 의지다. 직업(직장)을 찾아 오고 싶으면 오고 나가고 싶으면 나가는 건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다. 결코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된다.
자생력과 자신감이 부쩍 커진 KLPGA의 생태계 변화도 김 회장이 규제 철폐에 적극 나선 이유 중 하나다. 내친 김에 LPGA나 JLPGA투어 처럼 KLPGA투어 진출을 원하는 외국 선수들을 위한 오픈 퀄리파잉 제도를 도입하길 바란다. 정규투어가 아닌 드림투어 출전 자격을 주는 현행 IQT제도 운영만으로는 글로벌 투어로 가기엔 역부족이다.
같은 맥락에서 김 회장은 국내 개최 해외 투어 대회와도 동반자적 입장에서 기꺼이 협력을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최근 수 년간 이 대회는 KLPGA투어 선수들의 출전이 제한됐다. 각기 다른 주관 방송사의 입장 조율에 실패하면서다.
김 회장은 올해는 여러 여건상 쉽지 않지만 내년 대회부터는 이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 향후 국내에서 열리는 모든 해외 투어에 그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그것이 실현되면 예전처럼 국내 개최 LPGA투어 대회에서 KLPGA투어 선수가 신데렐라에 등극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또 하나 KLPGA투어의 스타 플레이어들을 화수분 처럼 배출하는 3부 점프투어와 2부 드림투어, 그리고 레전드들의 경연장인 시니어투어 활성화도 김 회장이 추진해야 할 역점 사업 중 하나다. 그의 말대로 이사들과 회원들이 김 회장에게 SOS를 청한 것은 바로 이들 투어 활성화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김 회장이 13대 회장 재임 기간에 점프, 드림, 시니어투어는 양적, 질적 면에서 최고의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 당시 김 회장은 사재를 털어 대회수와 상금액을 기존의 2배 이상으로 늘렸다. 김 회장은 회원들이 원하는 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터라 결코 실망시키지 않게 신경을 많이 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시니어투어 활성화 방안으로 KLPGA투어서 10년 이상 활동하며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은퇴한 이른바 ‘K-10’ 클럽 선수와 커리어 상금 30억 원 이상 선수들을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런 김 회장의 적극적 행보에 KLPGA의 구성원들은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찬란한 봄과 함께 4년만에 화려하게 돌아온 김 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김상열 회장의 헌신과 열정으로 KLPGA가 선진투어로 자리매김하는 기분좋은 상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