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기자가 만난 사람]아마노코리아 전명진 대표 “어려운 선수들 돕는 키다리아저씨 되겠다”

입력 2025-03-28 06:00 수정 2025-03-28 06:00
아마노코리아 전명진 대표이사. 아마노코리아

흔히들 골프를 인생에 비유한다. 18홀 코스에 들어서면 희로애락이 있어서다. 거기에 서사가 더해지면 각본없는 진한 감동도 연출된다. 지난 23일 전남 여수시 디오션CC에서 막을 내린 KLPGA투어 이벤트 대회 신비동물원·디오션컵 골프구단 대항전에서도 한 편의 감동 드라마가 펼쳐졌다.

주인공은 첫 출전에 공동 3위의 준수한 성적을 거둔 아마노 골프단의 최은우(29)와 김리안(25)이다. ‘대한민국 넘버 원 파킹’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팀 아마노’는 작년까지만 해도 사실상 최은우 1인 구단이나 다름없어 이 대회 출전 자격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 김리안을 새식구로 맞이 하면서 출전이 가능했다.

미니 골프단의 첫 행보에 아마노의 대표이사인 전명진(62)씨는 특급 도우미로 직접 나섰다. 전 대표는 대회 사흘간 캐디를 자청해 선수들을 도왔다. 공식 연습 라운드 이틀까지 더하면 적잖은 나이에 닷새간 선수들을 그림자 수행한 셈이다.

대회를 마친 뒤 만난 전 대표에게 쉽지 않은 일을 하게 된 이유를 들어 보았다. 그는 “선수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딱히 없었다. 그렇게라도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고 싶었는데 흔쾌히 캐디백을 맡겨줘 오히려 감사했다”고 말했다.

1996년에 설립된 아마노코리아는 국내 주차관제 업계에서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중견기업이다. 과거에는 일본의 기술력에 의존했으나 끊임없는 노력과 혁신을 통해 100% 국산화된 제품 및 기술을 개발, 일본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현재는 최신 기술을 기반으로 주차관제 시스템, 보안 솔루션, 전기차 충전기, 에너지 절감 기술, 로봇 솔루션 등 다섯 가지 분야에서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아마노가 골프단을 창단한 것은 2023년이다. 스포츠 마케팅 일환이었다. 말이 골프단이지 그때까지만 해도 선수는 최은우 한 명뿐이었다. 작년에 KPGA투어서 활동 중인 김연섭(37), 그리고 올해 김리안을 영입하면서 총 3명이 됐다.

전 대표는 “아마노코리아는 설립 초기만 해도 일본계 회사라는 이유로 어려움이 상당히 컸다. 하지만 그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작년 매출 3500억 원, 향후 수년 내에 1조 원 매출이 예상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선수들은 결코 화려한 면면은 아니다. 모두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낸 선수들”이라며 “회사가 성장했듯이 선수들의 성공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향후 골프단 충원도 그런 선수 위주가 될 것이다”고 했다.

실제로 아마노의 후원을 받고 있는 3명의 선수는 모두 아마노와 계약하기 전까지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다.
지난 23일 막을 내린 KLPGA 이벤트 대회 신비동물원.디오션컵 골프구단 대항전에 캐디로 나선 전명진 대표가 구단 소속인 최은우, 김리안 등과 함께 선전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왼쪽부터 전명진대표, 최은우, 김리안, 아마노 박현석 부장). 대회조직위

그 중 최은우는 계약하자마자 투어 데뷔 9년만인 2023년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감격의 생애 첫 승을 거뒀다. 그리고 작년 대회에서 대회 2연패에 성공하며 투어 데뷔 10년째 선수들로 구성된 ‘K-10클럽’ 가입을 자축했다.

김리안은 심장병을 극복하고 KLPGA투어에 복귀한 오뚝이다. 그는 심장에서 머리로 피를 보내지 못하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심해져 2023년 10월 필드를 떠났다. 2024년 초에 수술과 재활을 거쳐 건강을 되찾은 김리안은 작년 11월 정규투어 시드순위전을 통과해 KLPGA투어로 다시 돌아 오게 됐다.

김연섭 또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힘들었던 청소년 시절을 골프 선수 꿈을 키우며 이겨낸 김연섭은 2010년에 KPGA투어 프로에 데뷔했다. 아직까지 우승은 없으나 작년 KB금융 리브챔피언십에서 2위에 입상하면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선수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전명진 대표는 “아마노코리아는 화려한 기업은 아니지만, 성장 가능성이 있는 회사”라며 “선수 후원은 단순한 재정적 지원을 넘어, 선수들이 회사와 함께 꿈을 이뤄 나가는데 필요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후원 배경을 설명했다.

아마노코리아가 골프단을 창단하기까지는 전 대표의 남다른 골프 사랑도 한 몫했다. 그는 1993년에 골프에 입문해 30년 이상 골프를 즐겨온 대표적 골프 애호가다. 그런 그가 골프단을 더 확대할 계획을 갖는 건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른다.

그는 “앞으로 골프단 운영을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더 많은 프로 선수와의 계약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선수들이 실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아마노코리아는 대한롤러스포츠연맹 후원 기업이기도 하다. 또 저소득층 지원과 연탄 배달 봉사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전 대표는 “그런 활동을 통해 지역 사회와의 유대를 더욱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라며 “아마노코리아는 스포츠와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실현하는 선도적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더욱 힘쓸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골프를 비롯한 스포츠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며 “우리 선수들이 자신의 꿈을 반드시 이룰 수 있도록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여수(전남)=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