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최고위 인사들이 민간 메신저 ‘시그널’을 통해 예멘 후티 반군 공습 시점 등 군사 작전 계획을 미리 공유한 사실이 26일(현지시간) 추가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까지만 해도 기밀은 없었다고 했지만, 상세 정보가 쏟아지자 이날엔 “잘 모르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은 이날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J D 밴스 부통령 등이 지난 15일 시그널 채팅방을 통해 진행한 예멘 후티 반군 타격 관련 논의 전문을 공개했다.
왈츠 보좌관이 만든 해당 채팅방에서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후티에 대한 미군의 공격 계획을 상세히 예고했다. 헤그세스는 15일 오전 11시 44분에 ‘팀 업데이트’라는 제목으로 “날씨는 좋다. 막 확인됐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발사를 단행한다”고 적었다.
헤그세스는 작전 시점에 대해 오후 12시 15분에 F-18 전투기가 첫 타격을 위해 출격하고, 오후 1시 45분에 F-18의 타격, 공격용 드론 출격 등이 이뤄진다고 예고했다. 이어 오후 2시 10분 2차 타격을 위한 F-18의 출격, 오후 2시 15분 목표물에 대한 드론 공격이 각각 있을 것이라고 알렸다. 이런 공습 예고가 모두 오전 11시 44분에 채팅방에 고지됐다. 타격 시간과 타격 수단 등 군사 정보가 작전 시작 전에 고스란히 민간 메신저 채팅방에 공개했고, 그 채팅방에 애틀랜틱의 기자까지 실수로 초대한 것이다.
헤그세스는 이날 하와이에서 기자들을 만나 공격 개시 시간을 미리 알린 것에 대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습 30분 전에 전투기 이륙 등을 미리 알린 것이 어떻게 ‘실시간 정보’인지 묻는 질의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해 “마녀사냥”이라며 “솔직히 말하면 시그널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기밀이 아니라고 생각하느냐는 질의에는 “그렇게 들었다. 잘 모르겠다. 관련자들에게 물어봐라”라며 답을 피했다. 전날까지는 기밀이 아니라고 주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미묘하게 달라진 태도다. 트럼프는 그러면서도 “이번 공격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아무런 피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채팅방을 만들고 실수로 애틀랜틱 기자를 초청한 왈츠 보좌관은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누군가 큰 실수를 저질렀다. 누군가 큰 실수를 해서 기자를 추가한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