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80억 달러(약 11조7200억원)를 쏟아부은 미국 신규 공장 준공식을 갖고 본격 가동에 돌입했다. 완공을 선포하는 날, 연간 생산 능력을 30만대에서 50만대로 확대하기 위한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신규 공장에 인공지능(AI)·빅데이터·로보틱스 등 최첨단 신기술을 총동원해 미래차 경쟁에서 치고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현대차그룹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준공식을 개최했다. 2022년 10월 첫 삽을 뜬 지 2년 5개월만이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버디 카터 연방 하원의원, 조현동 주미대사 등이 참석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우리는 기술과 자동차에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에 투자한다. 우리는 단지 공장을 짓기 위해 이곳에 온 곳이 아니라 뿌리를 내리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메타플랜트의 생산능력을) 30만대에서 50만대로 증설하기로 했다. 20만대 증설은 신규 공장을 만드는 것과 맞먹는 규모”라고 말했다.
면적은 1176만㎡(약 355만평)다. 축구장 1646개를 합친 규모다. 기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HMMA)이나 기아 조지아 공장(KaGA)과는 달리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운영한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 싱가포르글로벌혁신센터(HMGICS)에서 실증·개발한 첨단 제조 기술을 적용했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에 미래모빌리티 연구를 위해 HMGICS를 세웠다.
생산 차종을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췄다. 전기차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나 ‘관세 폭탄’ 등 예상하기 힘든 변수가 발생했을 때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생산라인을 한 달 안에 다른 차종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첨단 신기술도 대거 적용했다. 세계 최초로 패널 홀·크랙 감지 시스템을 통해 패널을 수십대의 카메라가 촬영한 뒤 이를 기반으로 AI가 품질을 관리한다. 이렇게 만든 패널은 자율주행 운반 로봇(AGV)이 다음 공정으로 옮긴다.
패널을 용접·조립해 자동차 외관을 만드는 차체 공정은 100% 자동화를 구현했다. 로봇과 AI 기술을 이용해 도어의 간격과 단차를 정확하게 맞춘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4족 로봇 ‘스팟’이 차체를 정밀하게 확인하는 공정을 거친다. 추후엔 휴머노이드 로봇 ‘뉴 올 아틀라스’를 투입할 계획이다.
도장 공정에선 로봇 결합 비전시스템이 차체 1대당 약 5만대의 이미지를 촬영·분석해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부분까지 점검한다. 2만~3만개의 부품을 조합하는 의장은 작업자의 손이 가장 많이 필요한 공정이다. 통상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작업을 하지만 HMGMA의 일부 구간에선 차체를 벨트 대신 자율주행 운반 로봇(AGV)이 운반한다. 지게차와 견인차 대신 자율이동로봇(AMR) 200여대가 각종 자동차 부품을 운반한다. 세계 최초로 도어를 뗐다 붙이는 작업을 작업자 대신 로봇이 수행한다. 작업자가 무거운 부품을 들어 올리거나 차체 아래에서 올려다보며 작업할 필요가 없다. 완성된 차량은 주차로봇 2대가 각각 앞·뒤 바퀴 밑으로 들어가 관제시스템과 통신하며 지정된 위치로 차량을 운반한다. HMGMA 외부에선 21대의 현대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이 부품을 운송한다.
현대차그룹의 핵심부품 계열사와 배터리셀 합작공장도 들어섰다. 현대모비스는 연간 30만대의 배터리 시스템과 부품 모듈을 생산해 HMGMA에 공급한다. 현대글로비스는 부지 내 통합물류센터와 출고 전 완성차 관리센터를 운영한다. 비전 카메라를 장착한 자율비행 드론이 물류센터를 돌며 부품 재고 현황을 실시간 파악한 뒤 적기에 공급한다. 현대제철은 초고강도강 소재의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한다. 현재 20만대 규모에서 향후 40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현대트랜시스는 약 42만대의 시트 공급을 책임진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 배터리셀 공장도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아이오닉5 36만대의 배터리(84㎾h 기준) 공급이 가능한 수준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내 협력사까지 연계해 ‘첨단 미래차 클러스터’를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HMGMA는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아이오닉5 생산을 시작했다. 이달부터 아이오닉9 양산에 돌입했다. 내년 중순엔 기아의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추후 제네시스 차량으로 생산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엘라벨=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