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산불 진화율 52%…4052명 대피 중

입력 2025-03-26 16:33 수정 2025-03-26 16:59
26일 경북 안동시 임하면 고곡리 마을이 의성에서 번진 산불로 전소됐다. 안동=권현구 기자
경북 의성에서 안동으로 확산한 산불이 번지면서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강한 바람 탓에 산불의 기세가 꺾이지 않는 모양새다.

26일 안동시에 따르면 주민과 요양시설 입소자 등 4052명이 안동체육관 등에 대피해 있다. 안동시는 이날 오후 강한 바람으로 산불이 확산하자 시민들에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도록 안내했다.

이날 오후 2시30분 기준 안동 지역 산불영향 구역은 3만7000㏊로 추정된다. 진화율은 52%다. 농공단지 8곳과 남선우체국 1곳, 주택 11가구가 전소됐다. 봉황사 일부가 소실됐고 동안동농협, 골프장 일부가 불에 탔다.

이번 화재로 안동에서는 3명이 사망했다. 이날 임하면 임하리 한 주택에서는 80대 남성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는데,  이 남성이 있던 주택은 전소된 상태였다. 경찰은 해당 주택에 80대 부부가 거주했다는 사실을 확인, 숨진 80대 남성의 아내를 찾는 중이다. 

임동면 박곡리 주택 마당에서도 50대 여성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여성의 남편은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26일 경북 안동시 임하면 고곡리 마을이 의성에서 번진 산불로 전소됐다. 안동=권현구 기자
안동 일부 고지대엔 수돗물 공급도 중단됐다. 안동시는 이날 오후 1시15분 산불로 가압장이 정전돼 일부 고지대 지역에 단수가 발생했다고 재난문자를 보냈다. 임하, 남후, 일직, 남선, 임동, 풍천, 길안 고지대 등의 공급이 중단됐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지로 알려진 만휴정(晩休亭)은 불길이 번지기 전 덮어둔 방화포 덕에 화마를 피했다. 국가유산청은 이날 “당초 소실될 것으로 알려졌던 안동 만휴정 일대를 확인한 결과, 산불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다만 소나무 일부에서 그을린 흔적이 발견됐다.

한편 지난 22일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돌풍을 타고 지난 24일 안동시 길안면으로 확산했다. 특히 산불 불기둥으로 상승한 불똥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비화(飛火)’ 현상이 확산의 이유로 꼽힌다. 비화 현상은 불똥이 날아다니는 모습으로 인해 ‘도깨비불’에 비유되기도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불똥이 상승기류와 강풍을 만나면 최대 2㎞까지 날아갈 수 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