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6개월 희망고문 신입공채 인턴, 합격자는 ‘0’

입력 2025-03-26 15:50 수정 2025-03-26 21:06

이랜드월드가 2024년 하반기 실시한 패션부문 신입공채 인턴 전형에서 최종면접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참여자 17명 전원을 불합격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면접 결과 공지가 기약 없이 수십일 늦어진 이후 전원 탈락 통보가 내려졌다. 지원자들 사이에서는 “채용에 목마른 청년들에게 가혹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합격자 발표가 있었던 지난 25일, 이랜드 인턴 전형에 참여했던 20대 지원자 A씨와 B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턴 총 18명 중 중도 하차자 1명을 제외한 17명이 모두 최종 탈락했다”고 전했다.

채용 전형은 지난해 10월부터 약 6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1차 면접에 합격한 인턴들은 면접 일정 연기로 5주에서 4주로 축소된 기간 동안 실무 과제와 현장 근무는 물론 인사팀이 주관한 3차례 면담까지 소화했다. 그러나 예정돼 있던 대표이사와의 최종면접도 없이 전원 불합격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2024년 하반기 이랜드월드 패션 신입공채 모집 안내 포스터. 이랜드월드 제공

합격 여부 발표도 무기한 연기됐다. 1~2주 내 발표가 예고됐던 1차 면접 결과는 6주가 지나서야 결과가 나왔다. 그사이 공지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기약 없이 지연된다’는 문자 한 통으로 안내됐다. 최종 결과 발표 역시 무려 18일 후에야 통보됐다. 이에 대해 이랜드 측은 “역량을 충분히 검토하느라 발표가 늦어졌고, 인턴들의 조바심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B씨는 “면접 발표를 지연시키며 희망 고문을 했고, 전원 탈락에 대해서도 어떤 설명도 없었다”며 “모두가 허탈하고 억울한 심정이다”고 토로했다.

이랜드는 이번 채용 결과에 대해 부득이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채용 담당자가 중간에 바뀌고 채용 기준 역시 상향되면서 역량이 되는 지원자를 찾기 어려웠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과정 중 발생한 지연과 혼란에 대한 책임을 이랜드가 간과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지난달 기준 ‘쉬었음’ 상태로 분류되는 청년 인구는 50만명을 넘어섰다. 민간기업은 물론 공공기관까지 인턴십을 채용으로 연결하지 않으며 고용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공기관도 다르지 않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무조정실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 9월까지 5년간 환경부·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체험형 인턴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는 0건이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은 5년간 체험형 인턴 744명을 채용했으나 정규직화 인원은 전무하다. 체험형 인턴의 경우 채용연계형과 달리 정규직 전환 의무 부담은 없지만, 정규직 채용 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중견 게임사 쿡앱스가 경영악화와 조직 개편을 이유로 ‘슈퍼루키 챌린지’ 인턴 10명을 전원 탈락시키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