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에서 더 낮은 자로, 빈곤 목회를 하겠습니다.”
28세에 예수를 만나고 30세에 신학교에 들어간 신학생의 외침은 간절했다. 함께 신학교를 졸업한 이들이 좋은 목회지를 구할 때, 이 신학생은 가난하고 소외된 동네를 찾았다. 최근 경기도 안산 나라장로교회에서 만난 송하규(64) 목사의 이야기다.
아이들이 머물고 싶어하는 교회
송 목사는 그가 첫 목회지를 정한 30년 전부터 안산에서 사역하고 있다. 그가 섬기고 있는 나라장로교회는 전체 교인이 20명도 채 되지 않으며 교인 전부가 아동·청소년이다. 송 목사가 처음부터 ‘아이들 교회’를 만들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교회를 출석하는 몇몇 아이들이 있었는데, 이들이 밤이 되도록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그 이유를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부모님이 늦게 오셔 끼니를 챙기지 못하고 집에 혼자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길로 교회는 공부방이 됐다. 하교한 아이들에게 국어 영어 수학 등 보충수업을 제공하고, 피아노 기타 등 악기나 방송댄스 등을 가르쳤다. 여기에 모인 아이들을 데리고 예배를 드렸던 것이 아동·청소년이 중심이 된 교회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공부방은 지금의 지역아동센터 ‘스스로함께’가 됐다. 송 목사는 “아동센터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신앙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모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가 아동·청소년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이때가 처음은 아니다. 교회를 개척하고 공부방을 열기 3년 전, 그는 청소년 쉼터를 운영했다. 송 목사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우연히 가출청소년이 올린 글을 보게 됐고, 이들이 비행청소년이 되지 않도록 교회가 안전한 공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청소년과 함께 걷는 길
송 목사는 아동·청소년을 위한 일이라면 21일간의 걷기대장정도, 600여명의 청소년을 만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2007년 송 목사는 가출청소년들과 함께 부산역에서 서울시청까지 530㎞에 달하는 국토순례를 시작했다. 3주간의 여정이었다. 이들이 붙잡고 움직인 표어는 ‘청소년의 가출 예방과 자립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촉구’였다. 송 목사는 11년간 7·9데이(7월9일)에 시청광장 앞에서 아동·청소년을 위한 법 제정 캠페인을 위해 걷고 또 걸었다. 2012년 그가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3개월간 활동할 때는 전국 20개 도시에 600여명의 가출 청소년을 만났다. 이들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고 보고하며 청소년 자립 지원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의 국토순례는 멈췄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가출청소년을 위한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이동버스 ‘쉼터’가 그중 하나다. 송 목사는 대형버스를 운행하며 비행 위기에 빠진 아이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긴급 구조한다. 이들을 안전한 시설 단체에 연계해주거나 지원과 상담 등을 돕고 있다.
고민과 앞으로의 비전
은퇴를 앞둔 송 목사의 가장 큰 고민은 은퇴 후 남겨질 아이들이다. 현재 송 목사가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와 미술관 운영비는 그가 국가로부터 받는 사회복지사와 청소년지도사 급여로 충당하고 있다. 그의 체력과 건강이 뒤받쳐주던 시기에는 버스 기사부터 피혁공장까지 뛰어들었다. 그러나 70세를 앞둔 현재 그의 상황은 달라졌다. 송 목사는 “은퇴 이후 이곳에 있는 40여명의 아이들과 14명의 선생님은 흩어지게 된다”며 “하나님께 맡기며 살아온 30년 목회였기에 지금도 기도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의 비전은 여전히 ‘어린이와 청소년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송 목사는 “아이들에게 ‘주 예수와 함께하면 그곳이 하늘나라’라는 것을 계속 교육한다”면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언제나 희망과 미래가 있다. 가난하고 힘들어도 주님과 함께한다면 이들은 천국 안에 있다”고 했다.
안산=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