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산불 사망자 19명…‘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듯

입력 2025-03-26 11:10 수정 2025-03-27 13:55
독자 김종성씨 제공

26일까지 5일째 이어진 경북 의성 산불은 안동, 청송, 영양, 영덕까지 확산하면서 대규모 인명피해까지 불러 왔다.

피해면적도 2만㏊에 육박하고 2만명의 넘는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지난 2000년 발생한 ‘동해안산불’을 능가하는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날 의성 산불 현장에서 진화 헬기 1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70대 조종사 1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림 당국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54분쯤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한 야산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던 헬기 1대가 추락했다. 추락 헬기는 강원도 인제군 소속의 S-76B 기종 임차 헬기로 추정된다. 헬기를 몰던 조종사는 추락 현장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청은 이낭 오후부터 전국 산불 현장의 헬기 운항을 일시 중단했다.

산림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부터 지금까지 발생한 사망자는 안동 2명, 청송 3명, 영양 6명, 영덕 7명으로 모두 19명으로 집계됐다. 청송에서는 1명이 실종되기도 했다. 사망자들은 주로 도로, 주택 마당 등에서 발견됐다.

당국은 이들이 급격히 확산하는 산불을 미처 피하지 못했거나 대피하는 과정에서 차량 사고 등으로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산림 당국은 산불이 강풍을 타고 인근 4개 시군으로 번지면서 산불영향 구역을 추산하지 못할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현재까지 피해면적은 2만㏊를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택 150채, 공장 1개, 창고 43, 기타 시설물 63동 등 모두 275개소가 전소됐고 330개소는 반소 또는 부분 소실됐다.

당국은 이날 산불 지역에 헬기 87대와 인력 4900여명 투입해 총력전에 나섰다. 5일 동안 투입된 헬기는 300여대, 인력은 1만8000여명에 달한다.

산불로 경북 북동부 7개 시·군에서 대피한 주민 수도 2만33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도에 따르면 밤새 북동부 산불로 대피한 지역별 인원은 청송이 1만391명으로 가장 많았고 영덕 4345명, 안동 4052명, 의성 2737명, 영양 1493명, 울진 285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월 기준 청송군 인구가 2만3000여명(행정안전부)인 것을 고려하면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대피한 셈이다. 이 때문에 청송지역 일부 대피시설은 갑자기 몰린 주민들로 꽉 차기도 했다.

이들 주민은 산불이 확산하면서 지자체가 내린 대피 명령에 따라 인근 학교, 마을회관, 체육관 등으로 몸을 피했다.

살던 집이 불에 타버린 이들은 삶의 터전을 갑자기 잃어버린 큰 상실감에 빠졌고, 피해를 보지 않은 다른 주민들도 대피시설에서 노심초사하며 밤새워 진화 상황을 지켜봤다. 일부 주민들은 불이 소강상태가 된 것을 보고 귀가하기도 했다.

안동시 길안면 현하리 김동진(60)씨는 “마을 대부분이 화마가 휩쓸고 지나갔고 일부 지역에서는 바람을 타고 불길이 계속 번지고 있다”며 “국가적인 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자연재해를 경험한 주민들은 모두 넋이 빠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태까지 발생한 최악의 산불은 동해안산불이다.

2000년 4월 7일 강원도 고성군에서 시작된 ‘동해안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속초, 강릉, 동해, 삼척까지 확산하면서 9일 동안 계속됐다. 피해면적 2만 3794㏊(여의도 면적의 82배), 사망자 2명, 피해가구 418 가구, 이재민 1872명, 1094억원의 재산피해를 낸 대한민국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다.

이어 2019년 4월 4일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역시 강풍을 타고 속초, 강릉, 동해까지 확산돼 이틀 만에 진화됐지만 막대한 피해를 냈다. 피해면적 1757㏊, 사망자 2명, 부상자 11명, 피해가구 916가구, 이재민 4200명, 1300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한국전력공사 전선에서 발생한 스파크로 인해 발화됐고 최악의 재산피해를 기록한 산불이다.

2022년 3월 4일 경북 울진에서 시작된 산불도 피해가 엄청났다. 강원도 삼척까지 번지면서 213시간(약 9일) 만에 진화됐다. 농민이 밭두렁을 태우다 발생했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산불로 일려져 있다. 피해면적 2만 923㏊, 사망자 1명, 피해가구 570가구, 이재민 340명, 1600억원의 재산피해를 남겼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