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정보국(DNI)의 털시 개버드 국장은 25일(현지시간) “북한은 아마도 단기간 내 또 다른 핵 실험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향후 협상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성능을 입증하기 위한 비행 실험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DNI는 연례 위협보고서에서도 북한이 협상으로 핵 포기를 할 의사가 없다는 기존 분석을 유지하는 한편, ‘핵보유국으로서의 국제적 인정 확보’라는 북한의 목표가 달성 가능한 상황이 점점 조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버드 국장은 이날 상원 정보위원회의 모두발언 자료에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미국의 군대와 동맹국, 미국 본토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더 강력한 전략적·재래식 역량을 추구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의 영향력과 위상을 강화하고 정권을 방어하며 적어도 암묵적인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버드 국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 심화에도 주목했다. 그는 “러시아와의 강화된 전략적 파트너십은 김정은에게 더 많은 재정·군사·외교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런 목표(핵무기 보유국 인정)를 강화하고 있다”며 “이는 중국에 대한 의존, 중국의 지원 조건을 따를 필요성을 줄이고 북한군에 진정한 전투 경험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개버드 국장은 그러면서 “김정은은 전략적 무기의 진전, 러시아와의 관계 심화, 북한의 경제적 내구성을 통해 미국의 비핵화 요구에 대한 협상력을 강화하고 제재 완화에 대한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DNI는 정보위에 제출한 ‘2025년 연례 위협 평가 보고서’에서도 “김정은은 전략적 무기 프로그램을 체제 안보 보장 수단이자 국가의 자존심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 본토와 이 지역의 미군, 한국과 일본 같은 미국의 동맹을 위협하기 때문”이라며 “그는 협상으로 이를 포기할 의사가 없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김정은은 북한의 핵탄두 비축량을 늘리고 탄도 미사일 기술을 향상하고 있다”며 “북한은 지난해 3차례에 걸쳐 기동 회피가 가능하고 극초음속 탄두를 탑재한 자칭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3차례 발사했다”고 전했다.
DNI의 이런 평가는 지난해 조 바이든 정부 때의 연례 보고서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DNI는 지난해 보고서에서도 북한이 협상으로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으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올해 보고서에는 북한의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 획득에 유리한 외교적·군사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점이 추가로 거론됐다. 보고서는 “러시아는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지원의 대가로 점점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지지하고 있다”고 적었다. 또 “북한의 전략 무기 역량 발전과 증가하는 수익원 확보는 김정은의 오랜 목표 달성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며 “이런 목표에는 핵보유국으로서의 국제적 인정 확보, 한반도 내 미군 주둔 축소, 북한 경제에 대한 국가 통제 강화, 그리고 외국의 영향 차단이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해 “김정은은 사실상 해양 경계선에 대한 한국의 입장에 도전한 바 있으며 또 그럴 수 있다”며 “이는 NLL 주변을 따라 새로운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인다”고 진단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