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은 이날 의성군, 안동시 등 전국에서 발생하는 동시다발적 산불로 국가 유산 화재 피해가 우려된다며 오후 5시 30분 기준으로 이같이 조치했다고 밝혔다. 국가유산 재난 국가위기 경보 단계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으로 나뉘며 심각 단계 발령이 난 것은 처음이다.
국가유산청 집계에 따르면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촬영지로 유명한 명승 안동 만휴정이 전소되고, 강원 정선 백운산 칠족령 일부(약 5000㎡)가 소실됐다. 경상남도 기념물인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가 일부 불탔으며 경상남도 문화유산인 하동 두방재 부속건물 2채도 전소된 것으로 파악됐다.
의성에서 시작된 불은 안동을 지나 청송, 영양, 영덕 등으로 빠르게 번지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국가유산청은 "하회마을은 불길이 8㎞ 주변에 있는 상황"이라며 "마을에 소방차 10대, 소방대원 54명이 대기 중이며 가옥 주변에 물을 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 유산의 안전에 비상이 걸리면서 국가유산청은 만약을 대비해 주요 유물을 매뉴얼에 따라 이송할 예정이다. 병산서원은 주요 건물 현판을 세계유교박물관으로 이송한 상태다. 고운사의 경우 산불 피해를 우려해 다른 보물인 석조여래좌상은 인근 시설로 옮겼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한국의 산사 중 하나인 안동 봉정사 유물도 긴급 이송 조치 중에 있다. 봉정사는 극락전과 대웅전이 각각 국보이고, 목조관음보살좌상, 영산회 괘불도, 아미타설법도 등이 보물로 지정돼 있는 등 국가유산 다수가 소재해 있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관계자 30여 명은 안동 봉정사에 보관 중인 주요 유물을 옮기기 위해 이동 중이다. 국가유산청은 5t 규모의 무진동 차량 2대를 동원해 불화 등을 국립대구박물관으로 옮길 계획이다.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