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봄] “동 장르와 같은 듯 다른 맛” 베일 벗은 ‘카잔’, 액션·재미 다 잡은 수작

입력 2025-03-28 07:00
게임 초반부에서부터 대검, 도부, 창을 경험해볼 수 있다.

넥슨의 신작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눈이 즐거운 그래픽과 양질의 최적화로 무장한 수작(秀作)이었다. 여타 하드코어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요소를 적절히 차용하면서도 ‘액션게임 명가’ 네오플만의 독자적인 재미도 담았다. 무엇보다도 하드코어 액션 RPG는 섬세한 컨트롤과 상당한 순발력을 요구하는 장르인데, 카잔은 ‘쉬움’ 모드 덕분에 ‘콘린이(콘솔+어린이)’도 도전장을 내밀 수 있어 진입장벽이 낮았다.

카잔은 넥슨의 대표 지식재산권(IP)인 ‘던전앤파이터(던파)’의 세계관을 멀티버스(다중 우주)로 재구성한 하드코어 액션 RPG다. 28일부터 PC와 콘솔 플랫폼에서 체험해볼 수 있다. 게이머는 던파 속 최초의 버서커 ‘카잔’이 되어 처절한 복수극과 도전정신을 경험할 수 있다.

앞서 ‘게임스컴’ ‘지스타’ 등 국내외 게임쇼에서 수차례 카잔을 플레이했을 땐 높은 난도 때문에 좌절을 맛봤다. 당시엔 숱한 죽음 때문에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초보 유저를 배려한 ‘쉬움’ 난도가 추가돼 전보다 쉽게 도전해볼 수 있었다.

게임 속 반역자 누명을 쓴 카잔을 원망하는 영혼이 등장한다.

쉬움 모드로 플레이해보니 게임 진입장벽을 확연히 낮춘 게 몸소 체감됐다. ‘일반’ 모드와 달리 쉬움 모드에선 피해량 감소, 공격력 증가, 기력 회복 속도 증가 등이 이뤄져 스테이지를 쉽게 깰 수 있었다. 쉬움 모드에서 보스 패턴이나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를 익히고 일반 모드에서 도전하는 형태로 다회 차 플레이도 가능해 보였다.

초보 사용자뿐만 아니라 기존 던파를 즐기던 게이머와 소울라이크를 선호하는 게이머의 시선도 사로잡을 만했다. 20년간 액션 게임을 갈고 닦은 네오플답게 해당 장르에서 경험할 수 있는 보는 맛, 하는 맛 모두 극대화됐다고 느꼈다.

첫 보스 '예투가'를 잡는데 2시간이 걸렸다.

전투방식은 공격(약공격, 강공격)과 회피, 가드 등으로 여느 동 장르의 게임과 같았다. 하지만 ‘퍼펙트 가드’를 통해 경직 상태에서 상대에게 대미지를 욱여넣고 다양한 스킬로 처치하는 카잔만의 재미가 확실했다. 게다가 도부(검과 도끼), 대검, 창 3종 무기의 장단점이 뚜렷해 골라 쓰는 재미도 있었다. 투척 무기 성능도 뛰어나 활용도가 높았다.

개발진이 500~600번가량 수정하고 공을 들였다는 ‘보스 전투’에선 네오플의 액션 장인정신이 느껴졌다. 카잔에는 각각 다른 패턴을 가진 16종의 보스가 있다. 게임 초반부 괴물 보스는 일정 패턴을 반복해서 무난히 돌파 가능했다. 반면 후반부의 인간 형태 보스와 마주했을 땐 게임의 난도가 갑작스럽게 높아져 애를 먹었다. 다만 수차례 싸움과 죽음을 경험하다 보면 무기와 장비 파밍을 통해 캐릭터가 강해지고, 적을 해치울 수 있어 성취감이 배로 다가왔다.


카잔 속 그래픽은 게임 하는 내내 감탄이 절로 나왔다.

가장 놀라웠던 건 한 올 한 올 살아 숨 쉬는 듯한 그래픽이었다. 거실에서 게임을 하고 있으면, 지나가던 50대 부모님이 발걸음을 멈추고 “이건 영화냐”고 물을 정도였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눈이 쌓여 사라진 발자국, 체력이 줄어들면 피투성이가 되는 캐릭터 등 섬세하게 구현된 그래픽이 게임을 하는 내내 눈에 띄었다.

물론 다듬어야 할 부분도 있다. ‘복수극’이라는 강렬한 소재에 비하면 스토리가 다소 밋밋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카잔이 왜 배신당했는지, 등장하는 주변 인물과 어떤 관계인지에 대한 설명이 게임 내에서 충분하지 않았다. 미니맵이 없어서 길을 찾는 데에만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장시간 게임을 하면 쉽게 피로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독창적인 재미가 있어 흔쾌히 지갑을 열 만한 게임이었다. 평소 하드코어 액션 RPG나 소울라이크 장르를 즐기는 게이머라면 이 게임을 도전해보길 추천한다. 또 던파 플레이의 경험이 없거나 새로운 던파 IP를 즐기고자 하는 게이머여도 충분히 게임을 해봄직하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