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 산불이 안동 길안면으로 번진 데 이어 안동 풍천면까지 확산하면서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 인근까지 번졌다.
안동시는 25일 오후 3시 31분 재난 문자를 통해 “의성 산불이 풍천면으로 확산 중”이라며 “어담 1리와 2리, 금계리, 인금1리와 2리 마을 주민들은 즉시 신성초등학교로 대피하라”고 안내했다.
지난 22일 의성 안평면에서 난 불은 금성면으로 확산해 지난 24일 오후 4시즘 안동 길안면을 덮쳤고 안평면에서 동안동쪽으로 번진 산불은 이날 오후 풍천면까지 확산했다.
산불 확산으로 안동에서는 길안면과 임하면, 일직면, 남선면 주민 356명과 시설 입소자 770명이 체육관, 마을회관, 요양기관 등으로 피신해 있다.
산불은 안동 풍천면으로 번지면서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까지 직선거리로 10㎞ 앞까지 닥쳤다.
풍천면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이 있다.
산림 당국은 “산불 확산 지역과 하회마을까지는 직선거리로 10여㎞ 정도 떨어져 있다”며 “만약의 사태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등 대한민국 대표 문화유산이 산불로 위협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안동에 큰 산불이 발생했을 때 병산서원과 하회마을은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당시 산불은 병산서원 바로 건너편 숲까지 번졌다.
산불이 난 곳과 병산서원·하회마을 사이에 낙동강이 흐르고 있었지만, 진화대원들은 불씨가 강을 건너 날아오는 것(비화)에 대비했다.
불이 더 번지기 전에 헬기 등을 동원해 서원 주변에 여러 차례에 걸쳐 물을 뿌렸고, 현판 등 주요 문화재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다행히 당시 화재로 문화유산이 불에 타는 등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산불도 풍천면 일대로 확산하면서 안동시와 소방 당국은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기존에 설치된 소방설비를 활용해 문화유산 주변에 물을 뿌려 근처 산불 현장에서 날아온 불씨(飛火)가 화재로 이어지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화재 지연제 등을 사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현장에 인력을 배치해 불이 옮겨붙는 것에 대비하고 있다.
코레일은 이날 3시 23분부터 중앙선 안동∼경주 구간 열차 운행을 중단했다.
운행 중단은 이날 안동∼의성 사이 하화터널에서 산불이 번지면서 단행됐으며 코레일은 열차 운행을 중단하고 해당 구간은 버스를 연계해 수송하기로 했다.
의성에서 나흘째 확산 중인 산불이 사방으로 번지며 곳곳에서 대피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50분쯤 단촌면 구계리에 산불이 번지며 대한불교 조계종 제16교구본사 고운사 승려 등 관계자 20여명이 대피했다. 단촌면 일대에는 이날 오후 3시 20분쯤부터 대피명령이 발령됐다.
오후 4시 14분쯤에는 ‘단촌면 모든 주민과 등산객은 단촌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대피하라’고 내려졌다.
산불로 의성 서북 방면에 있는 안사면사무소도 모두 탄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불이 사방으로 번지며 안사면사무소와 인근 농협 건물이 탄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