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에 발생한 대형 산불이 안동으로 번지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안동시는 이날 오후 4시55분쯤 재난 문자를 통해 “현재 강한 바람으로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 중”이라며 “하회리 마을 주민들은 즉시 저우리마을(광덕리 133)로 대피하기 바란다”고 안내했다. 앞서 오후 3시31분쯤에는 어담 1리와 2리, 금계리 마을 주민들에게 대피를 명령했다.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은 이날 오후 안동시 풍천면 일대로 번지기 시작했다. 풍천면과 붙어 있는 풍산면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등이 곳곳에 위치해 있다.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산불은 하회마을과 직선거리로 10㎞가량 떨어진 곳까지 번졌다.
불이 확산하는 속도를 고려할 때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근처까지 산불이 도달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등이 산불로 위협받는 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안동에 큰 산불이 발생했을 때 병산서원과 하회마을은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당시 산불은 병산서원 바로 건너편 숲까지 번졌다.
이번 산불도 풍천면 일대로 확산하면서 안동시와 소방 당국은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기존에 설치된 소방설비를 활용해 문화유산 주변에 물을 뿌려 근처 산불 현장에서 날아온 불씨가 화재로 이어지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화재 지연제 등을 사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장에 인력을 배치해 불이 옮겨붙는 것에 대비하고 있다.
한편 산불이 안동시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시는 이날 오후 5시 “관내 산불이 우리 시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으니 전 시민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안내한 데 이어 5시5분에도 “관내 전역으로 산불이 확산 중이다. 전 시민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먼저 대피하신 분들은 안전한 곳에 머물러 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