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연방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캐나다 거주자의 미국행 항공 여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 감소했다. 육로 국경을 통한 여도은 같은 기간 23%나 줄었다. 미국은 오랜 기간 캐나다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 중 하나였다.
캐나다인들은 관세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의 합병 위협에 더 큰 분노와 공포를 느끼고 있으며, 이 때문에 많은 캐나다 거주자들이 국경을 넘지 않으려 한다고 WSJ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취임 전부터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합병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은 입국심사에서 이민자와 관광객의 비자를 더 깐깐하게 살피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장기간 구금되는 사람도 생기고 있다. 캐나다 배우 재스민 무니가 겪은 일이 대표적이다. 그는 미국에 입국하려다 돌연 구금돼 열흘 넘게 이민자 수용소에 머물렀다. 통상 캐나다인에게 허용되는 절차대로 입국장에서 새로운 취업 비자를 신청하려고 했는데 그 과정에서 입국이 거부된 것이다.
한편 항공 데이터 분석 기업 시리움에 따르면 캐나다 항공사들은 오는 4∼6월 미국행 항공편의 좌석 수를 지난 1월 31일보다 평균 6.1% 줄였다. 캐나다 항공사 웨스트젯은 “캐나다인들의 미국 여행 수요가 멕시코나 카리브해 같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캐나다 항공사인 플레어 항공도 다음 달부터 밴쿠버와 에드먼턴, 캘거리에서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를 오가는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할 예정이다. 아울러 토론토와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을 오가는 계절 항공편도 운항하지 않을 계획이다.
한편 WSJ는 캐나다인이 미국 여행을 꺼리게 되면서 관광 산업에 의존하는 미국 지역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봤다. 미국 여행협회는 캐나다인 여행객이 10%만 감소해도 20억 달러(2조9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일자리 1만4000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미국을 방문한 캐나다인은 2200만명이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