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가명·55)씨는 3년 전 아내와 사별 후 배달일을 하며 딸과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을 홀로 키웠다. 이씨의 업무는 업무 강도가 강한 교과서 배달 등이었기에 퇴근 후 주거환경을 신경 쓰지 못했다. 가사를 돌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집은 심한 악취 등으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이런 이씨의 사정을 알고 손을 내민 것은 수원제일교회(김근영 목사) 주거환경개선팀이었다. 이씨는 25일 국민일보에 “주거환경개선팀이 도배와 벽의 시공을 맡고 냉장고 싱크대 화장실 주방 등 집안 곳곳의 세밀한 부분까지 정리를 도왔다”고 말했다. 절망 속에서 만난 도움의 손길에 이씨의 마음 문은 열리게 됐고 교회에 배타적인 마음을 갖고 있던 그는 아들과 함께 교회를 출석하고 있다.
교회가 이씨와 같은 이들을 발굴하고 돕기 시작한 것이 10년이 됐다.
지난 22일 주거환경개선팀은 10주년을 기념해 경기도 수원 노을빛주간보호센터·지역아동센터에서 봉사활동과 함께 기념 예배를 진행했다. 이날 현장에 모인 40여명의 교인들은 4시간에 걸쳐 노을빛주간보호센터·지역아동센터의 외벽 니스칠을 하고 내부를 청소했다.
주거환경개선팀은 실내 장식 사업 등 전문시공 기술이 있는 교인을 중심으로 2015년 꾸려져, 교회가 위치한 수원 지동에 주거환경이 열악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봉사하고 있다.
10년 전 설립 때부터 참여한 강경필(65)장로는 가장 바쁜 토요일, 주거환경개선팀의 봉사를 위해 자신의 영업장을 닫는다. 강 장로는 “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이웃을 섬길 때 오는 보람은 물질로 채워지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주거환경개선팀의 봉사자는 정해진 팀원 없이 매달 교인을 대상으로 신청자를 받아 진행하고 있다. 전병순(68) 주거환경개선팀장은 “주거환경개선팀이 처음 시작할 때는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주를 이뤘다”면서 “오늘 참여한 봉사자 3명 중 1명은 청년세대인 것은 건강하게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교회 주거환경개선 사역은 교회를 넘어 지역사회를 움직이고 있다.
서울 높은뜻광성교회(이장호 목사)가 2016년에 법인으로 설립한 비영리단체 ‘함께웃는세상’은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시작한 단체다. 교회의 사회선교 사역에서 시작한 활동은 현재까지 2000여명의 봉사자가 2400여 가정을 도왔다. 여기에 교회, 대학교, 기업의 봉사단 등이 함께 참여하며 봉사 규모는 확대됐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 봉사를 진행하며 서울의 10개 구와 수원 부천시 등 수도권 지역 저소득층 가정의 연탄 전기온돌 교체 시공, 냉난방 장치 설비, 노후화 개선을 지원하고 있다.
부산 새로운교회(손규식 목사) 러브하우스팀은 교인들의 자발적인 재능기부로 결성됐다. 이들은 매년 인근 지역의 행정복지센터와 협약을 맺어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한 지원대상을 발굴한다. 손규식 목사는 이날 “교회가 위치한 부산 북구 관내에는 20년 이상 돼 노후화된 주거지나 시설이 많다”면서 “교인들의 장비와 기술 등을 활용해 비인가 경로당, 노후한 주민시설 등 지역사회의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돕고 있다”고 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