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숙원이었던 해상풍력특별법(해특법) 공표로 국내 해상풍력 시장 개화의 신호탄이 쏴진 가운데 관련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찍은 기업들의 움직임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다. 기업들은 해상풍력 사업에 집중하겠다며 기존 화석연료 관련 연구소를 폐지하기도 하고, 정관을 개정하거나 공장을 새로 지으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해특법은 사업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해상풍력 발전의 신속한 공급을 위해 제정한 법이다. 국내에 설치된 풍력발전 시설로 생산할 수 있는 총 발전 용량은 지난 2023년 말 기준 1.97GW였다. 정부는 지난해 5월 풍력 보급량을 2038년까지 40.7GW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매년 2.6GW의 풍력 발전 설비를 새로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GS글로벌은 지난해 6월 제조 부문 자회사 GS엔텍 산하 연구소를 폐지했다고 지난 18일 공시했다. 해상풍력 사업 확장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폐지한 연구소는 기존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장치, 원자력 및 복합화력 발전 설비 기기 제작에 필요한 용접 기술을 연구하던 곳이다. GS 측은 “기존 화석연료 관련 산업에 필요한 기술 개발을 중단하고 성장성이 높은 해상풍력 하부구조물(모노파일) 사업에 집중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GS엔텍은 지난 2022년 해상풍력 하부주조물 세계 1위 SIF와 맺은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바탕으로 모노파일 기술 확보 및 아시아 해상풍력 발전 시장 공략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후 울산에 있는 기존 화공기기 제작 사업장을 해상풍력 모노파일 제작 공장으로 탈바꿈한 후 지난해 3월부터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LS전선도 전날 가온전선, LS에코에너지, LS머트리얼즈, LS마린솔루션 등 자회사 4곳이 해상풍력 관련 사업을 본격 확대한다고 선언했다. 이들 4개 사는 LS머트리얼즈를 시작으로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해상풍력 및 에너지 관련 사업의 투자·운영·기술개발’을 사업 목적에 추가할 계획이다. LS전선 측은 “이를 통해 해상풍력 산업의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친환경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11일 지멘스의 풍력 사업 부문과 함께 창원에 대형 해상풍력 발전기(14㎿) 생산 공장을 새로 짓기로 했다. 지멘스의 풍력 사업 부문인 지멘스가메사는 두산에너빌리티에 해상풍력 발전기의 핵심 구성품인 나셀 제작 능력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기술 이전 및 인력 파견뿐 아니라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교육도 지멘스가메사가 담당하기로 했다. 지멘스가메사는 세계 해상풍력발전기 공급 규모가 28GW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업계 관계자는 “해상풍력 관련 기업들이 오랜 기간 요구하고 기다려온 해특법 통과에 발맞춰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건 당연한 흐름”이라며 “후발 주자인 한국 기업들은 이제 막 열리는 국내 시장에서 수주 실적을 쌓아 글로벌 경쟁력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