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랑에는 고통이 따른다.”
30년 전 그 믿음 하나로 자신의 몸을 기꺼이 내어준 사람이 있다. 장원호(73)씨는 1994년 얼굴도 모르는 환자를 위해 신장을 기증했다. 의료기술이 지금보다 훨씬 열악했던 시기, 생존 시 장기기증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강했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기독교인으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고자 했던 결심이었다. 그리고 10년 뒤 2004년, 그는 다시 한번 생명을 나누는 선택을 했다. 이번에는 간 일부를 기증하며 또 다른 이웃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그런데 이제 장씨가 도움이 절실한 처지에 놓였다.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목사)는 24일 “장기기증으로 두 생명을 살린 장씨가 현재 담도암 3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라며 “그의 치료비 마련을 위한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장씨는 장기기증 후에도 30년 동안 건강하게 생활했지만 지난해 뜻밖의 병마가 찾아왔다. 추석 무렵 극심한 피로와 황달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가 담도암 3기 판정을 받은 것이다. 암은 담도와 담낭 사이에 자리 잡아 생존율이 낮고 현재 수술도 불가능한 상태다. 표적 항암 치료가 유일한 희망이지만 치료를 지속하기 위해선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장씨는 현재 항암 치료로 인해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을 만큼 쇠약해졌고, 경제 활동도 불가능한 상태”라며 “보험 가입도 되어 있지 않아 수천만 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감당할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이에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장씨가 치료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약 8000만 원의 치료비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한때 자신의 몸을 희생해 타인의 생명을 살렸던 그에게 우리 사회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운동본부는 장기부전 환자와 생존 시 장기기증인이 치료비 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소득 수준에 따라 장기부전 환자의 이식 수술비를 일부 지원하며 수술 후 정기 건강검진도 제공한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