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도에서 전해온 전도 이야기(41) “목사님, 사순절이 뭡니까”

입력 2025-03-24 14:46

변상호 목사·보길도 동광교회

섬에서 처음으로 신앙생활을 시작하는 어른들이 묻습니다. “사순절이 뭡니까.” 노인분들이 주류를 이루며 살아가는 섬이지만 이분들에게도 엄연한 신앙의 인격 향상을 위해 기초적인 성경 지식을 가르치는 일은 섬 목사의 임무입니다. 다가오는 부활절을 앞두고 실시하는 봄 심방 기간은 사순절의 의미를 자세히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아마 100여년 전 선교사님들이 조선 땅에 와서 전도하면서 받았던 질문도 이곳 보길도 어르신들의 질문과 비슷했을 것입니다. 한 사람의 목사로서 그때 선교사들과 같은 입장에서 어른들의 질문에 답을 드리고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참 신기하기만 합니다. 문득 1907년 이곳에 복음을 들고 멀고 먼 길을 달려왔던 선교사님들의 마음을 느껴봅니다. 이번 부활절은 성도님들께 확실한 부활의 소망을 전하는 기회가 되기를 위해 기도합니다.

이옥래 집사님 가정에서 예수님의 고난에 대한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50년을 앉아서 생활하신 집사님은 이번 사순절에 큰 은혜를 받고 계십니다.

2000년 전 첫 사순절의 엄청난 사건을 갈릴리 어부들은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더 놀라고 당황하고 절망했을 것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예수님은 자신의 옆구리와 못 자국이 나서 움푹 파인 손바닥을 도마에게 만지게 하셨습니다. 저는 예수님 같은 심정으로 보길도 사람들에게 사순절의 의미를 6년째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력이 흐려지시는 어른들께서는 마치 처음 듣는 말인 것처럼 해마다 사순절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뭐든 시작이 중요하듯 행여 시골 분들이 교회 다니는 목적을 기복신앙에 우선권을 두고 있는 게 아닌가 경계하면서 기독교 신앙이 위험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말씀을 전합니다. 하지만 섬사람들은 무속 신앙을 먼저 접했던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의 눈높이에 맞춰 목회하려고 합니다. 목회 현장이 녹록하지 않아도 이맘때는 고난을 길을 걸어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진리를 가르치는 사순절입니다. 이제 막 신앙의 눈을 뜬 사람들에게는 주님의 고난과 부활의 복음을 가르칠 절호의 기회가 된답니다.

툭하면 교도소로 돌아가던 성진 형제가 2년 가까이 마음을 잡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술도 끊고 믿음의 길을 갑니다. 응원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종을 신뢰하며 환경도 여건도 다 물리치고 따라오려고 애쓰는 섬 교회 성도님들은 교만하기 쉬운 목사의 자리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성도님으로서 이분들을 섬기도록 허락하신 주님의 은혜 앞에 감격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직 말씀에 순종하며 주님을 따랐던 갈릴리 사람들처럼 훗날 이분들이 이 지역에서 복음의 증인이 되어 이웃들에게 사순절을 가르칠 그 날을 생각하면 행복함이 속에서 꿈틀대며 다가온답니다.

손자가 아프다고, 아들 취직이 늦어진다고, 기르던 염소가 밥을 안 먹는다고 기도를 요청하는 이분들은 어깃장을 놓으며 부활 신앙을 들으려고 하지 않던 분들이었습니다. 한데 지금은 변하여 새사람이 되셨습니다. 이는 인간의 노력으로 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이었기에 이 사순절을 맛보는 은혜가 낙도에 넘치고 있습니다.

오늘은 백도리에 사시는 김종호 할아버지 내외를 찾아 예배를 드렸습니다. 어르신들은 1년째 바깥출입을 못하시고 계십니다. 어르신 집에서 예배드리면서 간절한 심정으로 예배에 임했습니다. 그래도 이분들이 건강하실 때는 교회를 사랑하셔서 맛난 음식을 많이 만들어 주셨습니다. 톳 파래 매생이 어묵가사리로 전라도 특유의 맛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런 사랑의 수고를 갚아야 하는데 지금은 아파서 누워 계십니다.

백도리 김종호 할아버지 부부는 우리 섬 교회 보물이셨는데 지금 많이 아프십니다. 빨리 회복하셔서 목사의 부족함을 채워갈 힘이 되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할머니의 손맛 가득한 음식이 그리워집니다.

빨리 회복하셔서 저분들이 조물조물 만드신 바다 향기 가득한 귀한 음식을 염치없이 더 얻어먹고 싶다고 기도했습니다. 사순절은 농어촌 목회자들이 충분히 은혜받을 기회이면서 한편으로는 몸이 아픈 어른들을 섬겨야 하는 농어촌 목회자들이 같이 아파야 하는 그런 기간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르신들의 영혼을 붙들어 천국으로 달려가도록 재촉하시는 주님의 손을 의지해 이 낙도에서 사순절을 보냅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