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사건을 기각했다. 한 총리는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지 87일 만에 직무에 복귀했다.
헌재는 이날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를 열고 기각 5명, 각하 2명, 인용 1명 의견으로 탄핵소추를 기각 결정했다.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을 포함해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재판관 등 총 4명이 기각 의견을, 김복형 재판관은 별개 의견으로 기각 의견을 밝혔다. 조한창, 정형식 재판관이 각하 의견을, 정계선 재판관이 유일하게 인용 의견을 밝혔다.
헌재는 한 총리 탄핵심판 청구가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재판관 8명 중 6명이 이같이 판단했다.
한 총리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 총리를 국무위원으로 보고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151명)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 대통령과 동일한 지위로 여겨 재적의원 3분의 2(200명)를 적용해야 하는지가 쟁점이었다.
헌재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과 법령상 대행자에게 예정된 기능과 과업 수행을 의미하는 것이지 ‘권한대행’ 또는 ‘권한대행자’라는 공직이나 지위가 새로 창설되는 것이라 볼 수 없다”며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에는 본래의 신분상 지위에 따라 국무총리 대한 의결정족수를 적용함이 타당하다”고 했다. 즉 151명 이상 기준을 적용한 국회 측 탄핵소추는 적법하다는 판단이다.
비상계엄 위헌·위법성 판단 안해
한 총리 탄핵소추 사유 중 가장 관심이 모았던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에 대해서는 헌재가 명시적으로 판단을 하지 않았다. 헌재는 한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소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묵인·방조·공모했다는 사유에 대해 위헌, 위법이 인정되지 않는다고만 판단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 적극적 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를 찾을 수 없다”며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이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지 않았다는 등 소추 관련 사실을 인정할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계엄 직후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공동 국정 운영 구상’ ‘김건희 특검법·채상병 특검법 거부’ ‘내란 상설 특검 임명 회피’ 등 소추 사유에 대해서도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법재판관 미임명 판단 엇갈려
재판관 4명은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에 대해서는 헌법과 법률 위반이 인정되지만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어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별개 의견으로 기각 의견을 밝힌 김복형 재판관은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 역시 헌법 및 법률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재판관은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에 있어 대통령의 작위의무가 있더라도 국회 선출 재판관을 선출 후 ‘즉시’ 임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국회 선출 3인을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겠다는 거부 의사를 미리 종국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관 8인 중 유일하게 인용 의견을 낸 정계선 재판관은 한 총리가 헌법 재판관 미임명 및 특검 임명 회피로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고 그 정도가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정 재판관은 “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를 지연하면 ‘최대한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사 보장’이란 특검법 제정 이유를 몰각시킬 우려가 있다”며 “불이행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정 재판관은 “피청구인은 대통령 직무 정지라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가적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위와 같은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로 혼란을 가중시켰다”며 “헌법재판소가 담당하는 정상적인 역할과 기능마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헌법적 위기 상황을 초래하는 등 위반 정도가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은 한 총리 탄핵소추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적법하다며 각하 의견을 냈다. 재판관 2인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신해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이므로 권한대행자의 지위는 ‘대통령에 준하는 지위’에 있다고 봐야 한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자에 대한 탄핵소추 요건은 대통령의 경우와 동일하게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