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봉황동 유적서 1600년 전 명품 칠기…금관가야 중심지 힘 실린다

입력 2025-03-24 10:48
금관가야의 왕궁터로 추정되는 경남 김해 봉황동 유적 일대에서 명품급 옻칠 그릇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김해봉황동 옻칠그릇 일괄. 국가유산청 제공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김해 봉황동 유적 일대를 발굴 조사한 결과, 목 부분이 길고 가느다란 형태의 옻칠 두형(豆形) 그릇 15점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봉황동 유적에서 이런 형태의 칠기가 발견된 건 처음이다. 옻칠 두형 그릇은 창원 다호리 유적과 경북 성주 예산리, 포항 성곡리 목관묘(木棺墓·널무덤) 등 무덤을 중심으로 나온 바 있지만, 이처럼 양호한 상태로 15점이 한 번에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옻칠 그릇은 오리 나무류를 사용해 접시 부분과 굽다리 부분을 일체형으로 제작했고, 옻나무에서 채취한 천연 수액을 발라 완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바닥 부분에는 녹로(물레)를 고정한 흔적이 남아 있어 그릇을 만들 때 돌려가며 작업하는 '회전 깎기' 기술이 오래전부터 있었던 파악됐다.

발굴을 진행한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 측은 “목이 긴 옻칠 제기는 주로 기원전 1세기∼기원후 1세기에 한정돼 최상위 위계의 무덤에서 나왔다"며 의례 유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옻칠 그릇은 약 1600년 전인 5세기 무렵, 대규모 토목 공사를 거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지층 아래에서 배수로 혹은 도랑으로 쓰인 흔적과 함께 발견됐다. 109㎡(33평) 규모의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 1∼4세기에 제작되거나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300여 점의 목제품도 함께 무더기로 출토됐다. 연구소 측은 "봉황동 유적이 이미 1세기부터 독자적인 대규모 생활유적을 형성했으며, 변한의 수장급 거처에서 성장해 금관가야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