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와 K-뷰티가 미국과 유럽, 중국과 일본을 넘어 ‘기회의 땅’이 된 인구 대국 인도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인구 14억5000만명을 보유한 인도 시장의 잠재력을 통해 수익성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지난 1월 24일 인도법인에 67억원 규모의 추가 출자를 단행했다. 이번 투자 자금은 인도법인 운영 및 파이의 생산설비 투자에 활용될 예정이다.
베트남 법인에서 제품을 수출하는 형태로 인도시장에 진출했던 오리온은 2018년 인도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2021년 인도 라자스탄주에 공장을 짓고 본격적인 초코파이 생산과 판매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현지 법인에 64억원의 추가 출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소비 수준이 높은 인도 북동부 지역 전통소매점 중심으로 제품 공급을 늘리고 ‘20루피(약 330원) 제품’을 출시하는 등 본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또 오리온은 동물성 젤라틴으로 만드는 마시멜로가 아닌 식물성 젤라틴을 이용한 마시멜로로 만든 초코파이를 인도 시장에 맞춰 판매하고 있다.
다만 본격 생산에 나선 지 5년 차밖에 안 된 만큼 수익성 측면에서는 미흡하다. 매출은 2021년 31억원에서 2023년 292억원으로 9배 넘게 성장했다. 하지만 순손실은 같은 기간 44억원에서 154억원으로 늘어났다. 다만 지난해에는 손실액이 전년에 비해 다소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오리온 측은 적자 폭이 줄어든 점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일찌감치 인도에 진출한 대표적 사례다. 롯데는 올해 상반기 중 인도 자회사인 ‘롯데 인디아’와 ‘하브모어’를 합병해 인도 현지에 통합 법인을 출범할 계획이다. 인도 내 건과·빙과 자회사를 통합해 인도 시장에서 롯데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롯데웰푸드는 2004년 인도 제과업체인 패리스(Parrys)사를 인수해 롯데 인디아로 사명을 변경하고 국내 식품 업계에서는 최초로 인도에 진출했다. 롯데 인디아는 지난해 117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하브모어는 지난해 1729억원 매출을 올리며 인도 서부 지역 아이스크림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시에 약 700억원을 투자한 하브모어 신공장이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푸네 신공장의 지리적 위치에 따라 인도 서부에 한정됐던 시장 지배력을 인도 중남부 지역까지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하반기부터 대표 브랜드 빼빼로를 인도 하리아나주에 있는 롯데 인디아 공장에서 생산한다. 빼빼로를 해외에서 생산하는 것은 인도가 처음이다. 이를 위해 롯데는 약 330억원을 투자했다. 롯데 초코파이에 이어 현지 식문화와 기후에 따른 취식 환경 등을 반영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K-뷰티도 인도의 잠재력을 눈여겨보고 있다. 1세대 뷰티업계를 선도했던 아모레퍼시픽은 인도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최근 인도 출장길에 올라 인도 현지 법인 등 사업장을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다.
아모레퍼시픽은 2013년 인도법인 설립 후 이니스프리, 라네즈, 에뛰드, 설화수 등 4개 브랜드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인도의 뷰티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컨설팅 기업 레드시어에 따르면 인도 뷰티·퍼스널케어 시장은 2023년 210억 달러(약 30조원)에서 연 평균 10%씩 성장해 2028년에는 340억 달러(약 49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인도의 퀵커머스 플랫폼 블링킷, 젭토 등과 손잡고 라네즈, 이니스프리, 에뛰드 제품을 10분 내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개시하기도 했다.
K-뷰티의 열풍을 이끌고 있는 대표 ODM기업 코스맥스도 인도,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고객사 확보를 위한 ‘LOCO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전 세계 현지 원료와 부자재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