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식목일 콘셉트는 ‘맹그로브’… 제주도, 광치기해변 일대에 황근 대규모 식재

입력 2025-03-21 14:31 수정 2025-03-21 15:01

노란 무궁화를 뜻하는 황근(사진). 황근은 우리나라 상징 꽃인 무궁화 속 식물 중 유일한 토종 식물이다. 여름이면 옅은 노란색 꽃을 활짝 피우는데, 그 모양이 복주머니를 닮아 ‘보물 주머니’라는 꽃말을 갖고 있다. 제주도가 자생지다.

황근은 염분이 높은 해안가에서 잘 자란다. 최근에는 탄소흡수 능력이 뛰어난 ‘맹그로브’ 식물로 주목받고 있다. ‘맹그로브(mangrove)’는 열대·아열대 지역의 해변이나 하구의 습지에서 자라는 식물을 말한다. 제주에는 맹그로브 식물로 황근과 갯대추가 있다.

21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해변 인근에서 '탄소중립 실현, 전국 최초 자생 맹그로브 미래를 심다'를 주제로 제80회 식목일 기념행사가 열렸다. 뉴시스

제주도가 기후위기 시대의 해법으로 차세대 친환경 탄소흡수원인 자생 세미맹그로브 숲 조성에 본격 나섰다. 올해 서귀포시 성산읍을 시작으로 제주시 구좌·한림, 서귀포시 남원·대정지역에 2029년까지 해안림 140㏊를 조성할 계획이다.

첫 식재가 21일 성산읍 일대에서 진행됐다. 제주도는 이날 오전 성산읍 고성리 광치기해변 인근에서 ‘탄소중립 실현, 전국 최초 자생 맹그로브 미래를 심다’를 주제로 제80회 식목일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4월 5일 식목일을 앞두고 탄소흡수 능력이 탁월하고 해안 생태계 복원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황근 등을 식재하며 탄소중립 도시 실현 의지를 다지는 자리로 마련됐다.

성산읍을 식재 장소로 정한 것은 고성리와 가까운 오조리에 황근의 국내 최대 자생지가 있기 때문이다. 오조리는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의 촬영지 중 럭키슈퍼가 있던 마을이기도 하다.


21일 식목 행사에는 주변 초·중학교 학생들이 함께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독자 제공

이날 행사에선 주민과 동남초등학교, 성산중학교 학생 등 250여명이 참여해 황근 2035그루와 순비기나무 96그루를 심었다. 식재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미래숲에 남기는 희망 메시지와 식목 행사 사진을 ‘초록미래캡슐’에 담아 함께 묻었다.

이혜원 학생(6학년)은 “사람들이 이상 기후와 환경 오염에 무관심하면 미래 세대가 어른이 됐을 때 지구의 아름다움은 사진으로만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지구를 위해 저부터 일회용품과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숲가꾸기 활동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오영훈 지사는 인사말에서 “제주도는 기존 산림보다 5배 이상의 이산화탄소 저장능력을 가진 세미 맹그로브 숲을 42만 3500㎡ 규모로 조성해 연간 300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주도는 심화되는 기후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국가 목표보다 15년 앞당긴 2035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며 “2035년 탄소중립 정책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만큼 도민 모두가 탄소흡수원인 나무 심기에 적극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영훈 제주지사가 21일 오전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해변 인근에서 열린 제80회 식목일 기념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제주도는 2029년까지 10개 해안지역에 황근 등 해안 식물을 식재하기로 하는 한편, 국립산림과학원과 세미맹그로브 연구 추진협의체를 구성해 탄소흡수원 발굴을 위한 공동 참여와 실행을 협의한다. 다양한 기관 및 업체와 협력해 5년간 총 5만여 본의 묘목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또 산림탄소상쇄사업을 적극 추진해 탄소인증과 배출권을 확보하고, 이를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마을 주민과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생태계서비스지불제 등 환경 보전과 경제적 가치가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정책 모델도 확립해 나갈 방침이다.

강애숙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세미 맹그로브 숲 조성은 제주의 고유한 자연자원을 활용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혁신적인 탄소흡수원 확충 정책”이라며 “마을 주민과 도민사회의 관심 및 참여를 통해 대한민국 탄소중립 선도도시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