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말 장애인, 고령자 등이 편리하게 이용 가능한 ‘배리어프리’ 무인정보 단말기 의무 설치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현재 업계 여력으론 단말기를 전부 교체하기에 턱없이 모자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지능정보화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지난해 1월 28일부터 배리어프리 단말기 설치가 단계적으로 시행됐다. 지난 1월 28일에는 관광시설, 체육시설, 상시근로자 100인 미만 사업장으로 설치 범위가 확대됐다. 다만 각 단계별 시행 기간 이전에 단말기가 설치된 경우 내년 1월 28일까지 유예기간이 주어져 있다. 기한 내에 배리어프리 단말기로 교체하지 않으면 사업주는 조사, 시정명령 조치에 이어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물 수도 있다. 이에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소상공인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겠다고 한 상태다.
문제는 의무 설치 시점까지 단말기 설치 가능 여부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내년 1월 말 배리어프리 단말기 의무 설치 전면 시행을 앞두고 전국 요식업 사업장에서만 3만8000여대의 단말기가 교체돼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사업자, 체육시설 등 설치 대상을 넓힐 경우 교체 단말기 숫자는 더 늘어난다. 반면 정부는 단말기 업체 생산여력상 1년 동안 최대 2000여대 정도밖에 공급하지 못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관련 단말기를 공급할 수 있는 정식 업체는 두 곳에 불과하다.
더욱이 관계부처 간 규제 수위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인정보 단말기의 범주를 두고 부처 간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무인정보 단말기의 정의가 명확히 나와 있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인정보 단말기를 키오스크만 포함할지 테이블마다 설치된 테이블오더도 포함할지 명확히 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 같은 이유로 인해 전면 시행 시점을 늦추는 방안도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상공인 부담 가중은 물론 장애인 편의 증진이라는 입법 취지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관련 대책이 조금 급하게 추진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대비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결국 준비 미진으로 이제 와서 법 시행일을 미루려는 것은 명백한 실기”라며 “장애인과 소상공인 두 당사자의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