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장에 北해산물, 러시아 마트엔 北사과 수북

입력 2025-03-20 16:42
지난 17일 러시아 극동지역 대형마트 매대에 북한산 사과가 놓여져 있다. 디비노보스티 웹사이트 제공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품목인 농·수산물을 중국, 러시아 등에 수출한 정황이 포착됐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20일 통화에서 “중국 단둥 지역에 북한산 냉동 해산물이 판매된다”며 “일종의 밀수출인데, 작은 선박을 동원해 물건을 실어서 오간다고 한다”고 말했다. 북·중 접경지역 소식통도 “북한산 수산물이 중국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며 “해삼 등은 꽤 인기가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해산물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 2371호에 따른 수출 금지 품목이다. 중국은 결의안이 채택된 2017년 8월 5일 이후 9일 만에 북한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북·중 접경지역에는 북한산 수산물이 계속 포착됐다. 전면 금지가 이뤄진 2017년은 물론 코로나19 발발 전인 2019년까지 접경지역 시장에서는 수산물이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19로 국경이 닫히면서 한동안 북한 수산물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북·중 교류가 재개되면서 북한산 해산물 밀수가 다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 석좌연구위원은 “수산물은 항상 북한의 주요 대중 수출품이었기 때문에 북한이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17일 러시아 극동지역 대형마트 매대에 북한산 사과가 놓여져 있다. 디비노보스티 웹사이트 제공

북한이 러시아로 농산물을 밀수출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러시아 하바롭스크 지역 매체 디비노보스티는 현지 대형마트 ‘레미’에서 북한산 사과가 1㎏당 170루블(약 3000원)에 팔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비노보스티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상품 안내판에 ‘코리아 빨간 사과’라는 큰 러시아어 글씨가 있고 아래쪽에는 작은 글씨로 원산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포장일 ‘2025년 3월 17일’이 적혀 있다. 디비노보스티는 “사과는 북한에서 거의 진미로 여겨진다”며 “이제 극동 지역 거주자도 이 과일을 맛볼 수 있다”고 전했다.

대북제재 결의 2375호에 따르면 북한의 수출금지 품목에는 식용품, 기계류, 선박, 농산품 등이 포함된다. 러시아 마트에 있는 사과가 북한산이 맞는다면 대북제재 위반이다. 북한은 사과 외에 인삼 가공품 등도 러시아에 수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가공품’은 대북제재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시한 온실농장, 바닷가 양식장 건설이 밀수출을 위한 용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식료품과 농수산물은 수입이 금지된 항목이다. 대북제재 위반”이라며 “러시아 등 모든 유엔 회원국은 대북제재 결의를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