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에 ‘대못질’…‘병산서원 사태’ 방지 가이드라인 생겼다

입력 2025-03-20 13:15 수정 2025-03-20 13:32
KBS 2 TV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촬영장. 뉴시스
앞으로는 국가 지정 문화유산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촬영할 때 문화유산 전공자를 안전요원으로 배치해야 한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서원에 못을 박는 등 문화재 훼손 행위가 반복되자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가유산청 가이드라인이 마련했다.

국가유산청이 20일 각 지자체에 배포한 ‘국가지정문화유산 촬영 허가 표준 지침’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유산 배경 촬영 신청자는 촬영 일자 15일 전까지 지자제창에게 촬영행위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계획서에는 촬영 중 문화유산 훼손 예방을 위한 대책, 관람동선 확보 및 안전대책, 촬영을 위해 입장하는 인원, 촬영 장비 반입 목록 내용 등이 명기돼야 한다.

 특히 영화, 드라마 등 상업적 촬영이거나 촬영 인원이 10명이 넘으면 문화유산 훼손 방지를 위해 관리·감독을 전담하는 안전요원이 배치돼야 한다. 안전요원은 문화유산(건축, 조경, 역사, 고고학 등) 전공자 또는 해당 지자체 소속 문화유산 해설사로 한다.

 국가유산청은 허가 신청자가 별도 시설물 설치 금지, 문화유산 훼손 금지, 문화유산 안전과 보존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촬영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허가 조건도 명시했다.

촬영을 위한 시설물 및 못·철물 설치, 문화유산 훼손 우려가 있는 조명 사용 등 허가를 받는 자가 지켜야 할 금지 사항을 비롯해 문화유산 훼손 우려 물품 등 반입 불가 품목과 화재 예방, 식물 보호, 종료와 동시에 장비 철거·주변 정리 등 준수 사항도 명시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말 KBS 드라마 제작진이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 촬영 중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사적인 ‘안동 병산서원’과 보물 ‘만대루’를 훼손한 일을 계기로 촬영 지침을 마련했다. 당시 촬영팀은 소품을 설치하기 위해 만대루 등에 못을 박았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