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억원대 전세 사기… 부산시 고위 공직자 출신 ‘구속’

입력 2025-03-20 11:32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갭투자 방식으로 매입한 오피스텔 73개 호실을 이용해 총 109억원을 속여 뺏은 혐의로 고위 공직자 출신 임대업자 A씨(70대)를 구속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전세 보증금 62억원과 금융기관 대출금 47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부산 금정구, 동래구, 연제구, 부산진구, 사상구, 북구에 있는 오피스텔 9채를 갭투자 방식으로 매입해 임대 사업을 운영했다. 그는 전세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음에도 지속적으로 신규 전세 계약을 체결했고, 보증금 반환을 위해 새 임차인의 보증금으로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임대업을 지속했다.

2019년 9월부터 2023년 5월까지 A씨에게 속아 피해를 본 임차인은 총 73명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사회 초년생인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전세자금 대출을 통해 보증금을 마련했으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대출 상환 부담까지 떠안게 된 상황이다.

A씨는 보증금 반환이 불가능해진 2021년 11월부터 추가 대출을 시도했지만, 보유한 오피스텔의 채무가 시가를 초과해 담보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대출이 거절되자 계약서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금융 사기에 나섰다.

그는 보증금 1억2600만원의 전세 계약서를 보증금 2000만원, 월 임차료 60만원의 월세 계약서로 위조하는 등 2개 건물 60개 호실의 임대차계약서를 조작해 담보가치를 높였고, 이를 바탕으로 금융기관에서 47억8000만원 상당의 대출을 받아 챙겼다.

A씨에 대한 전세 사기 고소는 2023년 6월부터 부산 내 각 경찰서에서 접수되기 시작했으며, 피해 규모가 점차 커지자,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사건을 일괄 이송받아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추가 피해 신고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부산경찰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세 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전세 임대차계약 체결 시 근저당권 및 임대보증금 관련 현황을 반드시 확인하고, 전세권 설정 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2021년 8월 18일 이후 신규 또는 갱신된 임대차계약에 대해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개정 민간임대주택법이 시행 중이므로, 임차인은 계약 체결 시 임대인의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금융기관이 임대 건물의 담보 대출을 실행할 때 임차인을 상대로 실질적인 임대차 현황을 확인하는 절차가 미흡하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을 금융위원회에 건의할 계획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추가 피해 신고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진행해 피해자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