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 11년 만에 별도 법인으로 분사되는 포털 사이트 다음을 두고 카카오와 노동조합 간 마찰이 커지고 있다. 노조는 다음 분사가 사실상의 구조조정 수순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착 상태에 빠진 임금 단체협상마저 결렬되면 총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민주노총 산하 화학섬유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는 19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가) 분사 이후 지분 매각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기에 이번 결정은 사실상 매각과 다를 바 없다”며 콘텐츠CIC 분사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노조가 문제 삼은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다음 분사 사실이 알려지기 전까지 노조와 전혀 소통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카카오는 지난 13일 타운홀 미팅을 열고 다음 CIC를 콘텐츠 CIC로 분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노조는 “사전 논의 없이 간담회에서 일방적으로 분사를 통보하는 방식이었다”는 입장이다. 박성의 수석부지회장은 “현재까지도 대화가 전혀 진전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매각이 아닌 분사인 만큼 우려할 점이 없다고 했지만 노조는 이번 분사가 사실상 구조조정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카카오커머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등 수많은 분사·매각 과정에서 혼란과 위험은 온전히 노동자들의 몫이었다”며 “콘텐츠 CIC 분사 후 폐업을 하거나 지분이 매각돼 사업을 축소한다면 문제는 더 커지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될 것이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즉흥적 결정으로 800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에 따르면 다음 관련 직무를 맡은 인원만 조직도상 300명 이상이고, 유관부서 인원과 조직도상 미편제된 직원까지 합치면 1000여명이 다음 서비스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반면 카카오는 다음 업무를 담당했던 인원의 인사이동 여부에 대해 확실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올해 임단협마저 교착 상태에 빠지며 노사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카카오가 다음 분사를 강행할 경우 총파업이라는 극단적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다음 분사를 중단하고 오는 26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전까지 임단협을 마무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총파업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콘텐츠 CIC 분사는 이제 막 준비를 시작한 단계”라며 “인사이동과 관련해 임직원의 의사를 존중하고 앞으로도 노조·직원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최선의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