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은 법인세 신고의 달이다. 하지만 국내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들은 로열티 지급이나 비용 이전 등의 방식으로 법인세 부담을 피해 가는 데만 능숙한 모습이다. 이 가운데 맥도날드는 또다시 가격을 인상하며 소비자 부담을 키우고, 구글은 한국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하려는 시도로 뭇매를 맞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맥도날드는 오는 20일부터 20개 메뉴 가격을 100원에서 300원까지 인상한다. 지난해 5월 인상 이후 1년도 되지 않아 또다시 가격을 올렸다. 맥도날드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가격 인상과 함께 드라이브 스루(DT) 매장 확대 등 다양한 개선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맥도날드는 2023년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며 지속적인 외형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2019년 이후 5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1조 클럽’에 들고도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는 본사에 제공하는 높은 로열티가 꼽힌다. 한국맥도날드는 최상위 지배 기업인 미국 본사와 마스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순 매출액의 5%와 신규로 개점하는 점포당 4만5000달러의 정액 기술료를 지불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로 인해 한국맥도날드가 법인세를 전혀 납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조세 조약에 따르면 외국계 기업은 한국에서 올린 순이익에 대해서만 법인세를 부과받는다. 때문에 본사에 로열티를 지급한 뒤 적자가 발생하면 과세 표준이 사라져 법인세를 낼 필요가 없어진다. 한국맥도날드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법인세를 한 푼도 납부하지 않았다.
나이키코리아 역시 맥도날드와 함께 법인세가 ‘0원’인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 중 하나다. 2023년 2조가 넘는 매출과 39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법인세를 납부하기는커녕 86억원을 오히려 환급받았다.
구글은 지난달 국토지리정보원에 1:5000 축척의 한국 고정밀 지도 해외 반출을 요청해 반대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국내에서 납세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는 기업에게 국민 세금으로 만든 고정밀지도 반출을 허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국외 IT 기업들은 인터넷 광고나 게임, 음성·영상 서비스, 인앱 결제 등 전자적 용역을 통해 얻은 매출에 대해 10%의 부가세를 내야 한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국내 매출 자체를 축소 신고해 실제로 납부하는 부가세는 미미하다.
실제로 2023년 구글코리아의 추정 매출액은 약 12조1350억원이며, 실제 납부한 법인세는 155억원이다. 네이버와 같은 비율을 대입할 경우 구글코리아의 법인세액은 약 6229억원으로 추산된다. 납부 금액의 약 4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넷플릭스 역시 지난해 한국 내 매출원가를 부풀려 법인세를 적게 납부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넷플릭스코리아는 2023년 8233억원의 매출 중 6644억원을 ‘구독 멤버십 구매 대가’로 미국 본사에 보냈지만, 그 해 한국에 납부한 법인세는 36억원으로 매출 대비 1.5%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체 외국계 법인 1만1103곳 가운데 약 절반인 5099곳(45.9%)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전체 매출액은 2022년 225조8262억원에서 2023년 433조8703억원으로 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부담 세액은 6646억원에서 6351억원으로 오히려 4% 감소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총 부담세액이 반드시 수익 규모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일부 기업들이 이러한 구조를 이용해 세금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국세청은 수시로 검증을 진행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명품 업계에서도 조세 회피를 위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구찌와 아디다스는 2021년 실적 공개를 피하기 위해 유한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했다. 매출과 실적을 공개할 의무가 없던 유한회사도 감사보고서를 공시하도록 관련 법이 개정되자, 법률의 새로운 빈틈을 찾아 법인 형태를 변경한 것이다.
샤넬, 루이비통, 디올, 에르메스 등 명품 4대장 기업 역시 한국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사회공헌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2023년 4사의 국내 매출 합산 금액이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섰지만, 사회 기부금은 19억원으로 미미했다. 루이비통코리아는 2020년 이후로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