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총 개최…"차세대 HBM 실수 않을 것"

입력 2025-03-19 16:11 수정 2025-03-19 16:12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19일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수장인 전영현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부회장)이 엔비디아 대상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 공급 준비 현황과 관련해 "현재 고객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제품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전 부회장은 이날 경기도 수원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삼성전자가 HBM3E 납품 관련 엔비디아 요구를 어느 정도 맞췄는지 묻는 주주에게 이같이 답했다.

전 부회장은 이어 “이 같은 노력의 결과는 빠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HBM3E 12단 제품이 시장에서 분명히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 주주는 “이렇게 삼성전자 주가가 내린 것은 엔비디아에 HBM3E를 납품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재작년부터 엔비디아 퀄 테스트(품질 검증)를 통과할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부회장은 “AI(인공지능) 경쟁 시대에 HBM이 대표적인 부품인데 그 시장 트렌드를 조금 늦게 읽는 바람에 초기 시장을 놓쳤지만, 지금은 조직 개편이나 기술 개발을 위한 토대는 다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HBM4나 커스텀 HBM 같은 차세대 HBM에서는 이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계획대로 차근차근 준비 중”이라며 “다시는 주주들께 실망을 안겨드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주주총회에서는 삼성전자 핵심인 반도체 사업에 대한 주주 질문이 이어졌다.

다른 주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산 저가 반도체가 삼성전자에 위협이 된다는 뉴스가 나온다”며 “중국 경쟁사들이 투자도 많이 하고 (메모리) 가격도 내리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타개할 전략을 어떻게 수립하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전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중국 로컬 회사들이 D램이나 낸드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가하고 있지만, 아직 기술력이 부족해 DDR4나 LPDDR4 같은 로우엔드(low-end)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 부회장은 “저희는 고부가 하이엔드 시장을 중심으로 HBM, DDR5, LPDDR5, 고성능 서버향 SSD 같은 하이엔드 제품 판매를 확대해 대응하고, 로우엔드 제품에 대해서는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특별법에 관한 대화도 오고갔다.

전 부회장은 주 52시간 예외 근로 시간 특례를 포함한 반도체법 입법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임직원들의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근로 시간 유연성을 탄력적으로 운영해나가서, 어떤 경우에도 개발 경쟁력이 근무 시간에 의해 제약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정부 및 국회와 논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야가 연구개발(R&D) 인력을 대상으로 한 ‘주 52시간 예외규정’을 두고 팽팽히 맞서면서 반도체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전 부회장은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반도체법에 주 52시간 예외규정을 포함해 줄 것을 호소했다.

전 부회장은 “현재 반도체 산업은 국내 업체들끼리 경쟁이 아니고 국가 간 패권 경쟁”이라며 “중국 업체들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메모리나 파운드리에서 추격해오고 있어 공정 미세화를 더 빨리 드라이브하고 제품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발 난도 증가로 신제품 개발 기간이 증가하면 집중 업무가 필수인데, 지금은 핵심 개발자들이 연구 시간에 더 많이 집중하고 싶어도 주 52시간 규제로 인해 개발 일정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설계) 비메모리 분야 사업에 대한 주주 질의도 이어졌다. 파운드리 세계 1위 TSMC와의 점유율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상황에 격차 줄이고 수익성을 개선할 전략을 묻는 질의가 잇따라 나왔다.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은 이에 대해 “현재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로 양산하는 회사는 우리가 유일하고, 선단 공정 기술에서 경쟁력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수율을 빨리 올려서 수익성을 올리는 위치에 최단 기간에 도달하는 게 올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한 주주는 “시스템LSI사업부에서 개발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는 삼성전자 내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사업을 제대로 하는지 걱정된다”고 지적했고,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은 “AI 시대에 필요한 모든 기술과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사람의 완전체를 구성하듯이 온디바이스 AI 설루션으로 핵심 기술을 개발해 준비해 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