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악·교육 학자들도 “문체부 관료의 국립국악원장 임명 반대”

입력 2025-03-19 10:25 수정 2025-03-19 10:34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유병채 문체부 국민소통실장. 유 실장은 김건희 여사의 KTV 국악공연 황제관람 논란과 관련해 위증을 했다가 현장에서 드러나 사과했다. 국회방송 캡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국립국악원장 자리에 행정직 고위공무원을 임명하려 하면서 국악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엔 한국음악·교육 관련 학회들이 19일 ‘졸속적·퇴행적인 국립국악원 원장 선임에 대한 학계의 우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한국국악학회, 한국국악교육학회, 한국국악교육연구학회, 판소리학회, 한국민요학회가 참여했다.

이들 학회는 성명서에서 “한국음악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우리 학회 일동은 최근 문체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국립국악원 원장 선임 문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재고를 강력히 요구한다”면서 “문체부는 그간 전통공연예술 분야의 전문성을 지닌 인사가 맡아 오던 국립국악원장 직위에 행정직 공무원이 응모·임명될 수 있도록 작년 12월 말에 법령을 졸속 개정하여 현재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항간에는 문체부 고위공무원이 국립국악원 원장에 내정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하고, 국회 질의·답변을 통하여 해당 공무원이 원장 공모에 응모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신임 국악원장으로 거론되는 유병채 문체부 국민소통실장에 대한 정치적 논란도 커지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의 유 실장은 김건희 여사의 KTV 국악공연 황제관람 논란과 관련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위증했다가 현장에서 적발돼 사과하는 등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들 학회는 “국립국악원장은 문화예술 정책뿐만 아니라, 국악(음악·무용·연희)의 공연·교육·연구·국제교류 분야 등에 깊이 있는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직위다. 역대 국립국악원장은 이런 전문성과 행정 경험을 두루 갖춘 이가 재직하며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전승하고 보급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면서 “그러나 국립국악원장에 전통예술에 문외한인 행정직 공무원이 임명될 경우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이뤄놓은 국립국악원의 올바른 기능과 역할이 일시에 와해되며 퇴보를 가져올 것이 명약관화하다. 문체부 행정직 공무원을 국립국악원 원장에 임명하려는 발상은 정국 혼란기에 편승한 ‘불순한 알 박기’로 오해되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립국악원 원장은 전통예술 전반에 깊이 있는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임명되어야 한다. 전통예술에 문외한인 행정직 공무원의 국립국악원 원장 선임을 적극 반대한다”고 다시 한번 요구했다.

국악계는 다음 주 초반 문체부 고위 공무원의 국립국악원장 임명 시도에 대한 반대 기자회견도 가질 예정이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