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즈 체니 전 의원 등 1·6 의사당 폭동 사태 조사 위원들에 대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선제 사면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이들이 ‘최고 수준의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서명한 사면이 ‘자동서명(autopen)’이어서 사면 효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슬리피(Sleepy·졸린) 조 바이든이 특위의 정치 깡패와 다른 모든 사람에게 준 사면은 자동서명으로 됐기 때문에 무효이며 더 이상 효력이 없다”고 적었다. 이어 “바이든은 이를 (직접) 서명하지 않았다”며 “필요한 사면 관련 서류는 바이든에게 설명되거나 바이든에 의해 승인되지 않았으며 바이든은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전날 대통령 전용기에서도 기자들에게 “그(바이든)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나? 그가 승인한 건가? 아니면 사무실에 급진적인 좌파 미치광이가 따로 있고 그 사람이 하는 일에 서명만 한 건가”라고 묻기도 했다. 트럼프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재임한 바이든 대통령의 초상화 자리에 바이든의 얼굴 대신 자동서명 펜을 그려 넣은 사진을 트루스소셜에 공유하기도 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앞서 1·6 사태의 진상조사를 위해 하원 조사특위에 참가했던 체니 전 의원 등 전·현직 의원을 퇴임 몇 시간 전에 선제 사면했다. 이들은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 2021년 의회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킨 트럼프 지지자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면서 트럼프의 표적이 됐다. 이들 외에도 트럼프가 보복을 거론한 앤서니 파우치 전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과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도 선제 사면했다.
트럼프는 대선 당시부터 해당 조사가 자신을 향한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해왔다. 특히 체니 전 의원에 대해서는 “감옥에 가야 한다”며 보복을 공언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날 게시물에서도 “나와 무고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2년 동안 마녀사냥을 벌이면서 확보한 모든 증거를 삭제하고 파괴한 특위의 사람들은 최고 수준의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바이든의 사면 서명이 손으로 한 것이 아니라 기계가 자동으로 했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에게 국정과제를 제안한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측이 먼저 문제를 제기하면서 우익 인사들의 바이든 공격 소재가 됐다.
하지만 자동서명은 바이든이 처음 시작한 것이 아니다. 2011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유럽 순방 중 ‘애국자법’을 4년 더 연장하는 법안에 서명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뉴욕타임스는 “헌법이나 판례에는 사면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정부와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서명 기능은 일반적으로 논란이 없다”고 전했다.
트럼프도 전날 대통령 전용기에서 자동서명이 무효인지 묻는 기자들에게 “그것은 내 결정이 아니다. 법원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한발 물러서면서도 “하지만 나는 그것이 무효라고 말하고 싶다. 바이든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