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학술지로 꼽히는 ‘사이언스’의 편집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벌어지는 대대적인 연구비 삭감과 연구자 해고 때문에 미국이 과학 연구에서 세계의 리더 지위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홀든 소프 사이언스 편집장은 17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보도된 인터뷰에서 “2기 트럼프 행정부 들어 많은 과학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소프 편집장은 “연방정부에서 재능 있는 인재들이 줄줄이 배제되면서 전문지식이 상실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한 정부 연구기관에서는 과학자의 10%가 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학의 연구자도 안심하고 있을 수 없다고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미국에서는 대량의 전문가 실업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것은 일본이나 다른 나라가 재능 있는 인재를 고용할 큰 기회다. 만약 제가 대학이나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인재 확보에 나설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소프 편집장은 지난 10일 일본 쿄토대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주최 심포지엄인 ‘사이언스 재팬 미팅’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
그는 미국 과학계의 현황을 “카오스”라고 표현하면서 미국의 일반 유권자들이 이같은 과학의 변화가 무엇을 초래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과학을 표적으로 삼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형 감세를 위해 정부 예산을 깎고 싶어 하고, 과학 연구 예산을 깎기가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위비나 사회보장비를 삭감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과학기술의 성공에는 기초연구가 필수적이며, 지금까지 세계 기초연구의 리더였던 것이 미국이 성공할 수 있었던 한 요인이었다”며 “앞으로 몇 년 동안은 미국이 세계 과학의 리더가 아니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학 연구에서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 나라가 어디일지 묻는 질문에는 중국이라고 답했다. 그는 “중국은 분명히 과학에 가장 큰 투자를 하고 있으며, 과학에서 최고 수준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면서 “이미 중국에서 나오는 과학 논문의 수는 미국을 포함한 어느 나라보다 많아졌고, 머지않아 사이언스지에 발표되는 논문의 수에서도 중국은 미국을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013년에는 중국 논문이 사이언스에 매호 1편 실릴까 말까 했지만, 2016년에는 중국 논문이 사이언스 표지를 4번 장식했다”며 “이대로라면 5년 뒤 중국의 과학 논문이 미국보다 더 많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재료과학 같은 분야에서는 이미 중국이 세계의 리더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