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김종생 목사)가 혐오와 분열의 시대 교회의 과제에 대해 함께 논의했다. NCCK는 17일 경기도 파주 라이브러리스테이 지지향에서 ‘혐오의 정치와 극우 개신교’를 주제로 정책협의회를 열었다. 정책협의회는 NCCK 임원 총대를 비롯해 에큐메니컬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해 당면 이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이날 100여명이 현장에 참여해 ‘민주적 토론’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공유했다.
전문가 강연을 맡은 엄한진 한림대 교수는 “한국 일부 개신교가 반동성애 등 한국 사회 혐오를 주도해 왔으며 이제는 현실정치로 투쟁의 장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혐오는 자본주의 체제, 위계적인 사회 구조의 작동 방식에서 비롯된 것임을 주목해야 한다”며 “과도한 위계질서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가학적이고 편집증적인 관심은 성소수자 여성 이주민 청년 등 쉬운 희생양들에 대한 대중의 혐오라는 형태로 전이된다”고 밝혔다.
엄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배제된 세계의 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 너무 뒤처져있어 함께 하기 어려워 보이는 사람들에 귀 기울이고 응답하는 게 극우에 대한 유일한 대응”이라며 “타자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대화와 공존으로 이끄는 길을 마련해주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튿날까지 이어지는 정책협의회에서는 영성 강의와 기도, 2025 문서 채택 등이 진행된다. 김종생 총무는 “우리는 단순히 극우 개신교 세력을 비판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혐오의 시대를 넘어 사랑과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새로운 신앙적 상상력과 실천을 모색해야 한다”며 “혐오는 사랑으로, 다름은 축복으로 바뀌어 가는 새로운 희망이 피어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파주=글·사진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