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도에서 전해온 전도 이야기(40) 섬 교회는 새벽 4시에 불을 켭니다

입력 2025-03-17 13:37 수정 2025-03-17 16:45
변상호 목사·보길도 동광교회

“너는 겨울 전에 어서 오라.”(딤후 4:21)

찬송가 199장 ‘나의 사랑하는 책’ 3절에 저자의 어머니는 십자가 고난의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실 성경은 66권 어디를 읽어도 눈물이 나지만 저는 낙도에서 겨울 찬바람을 체험하면서 로마 감옥에서 사도바울이 디모데에게 보낸 편지 구절을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낙도에서 노인들이 아프면 딸들이 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지금은 추운 겨울이야. 죽으면 안 돼. 따뜻한 봄에 가셔야지.” 도저히 봄이 올 것 같지 않던 겨울의 찬 바람은 어느새 봄이 밀고 오는 따스함에 항복했습니다. 그리고 섬 교회에서 연로하신 어른들이 하시는 ‘겨울을 이겨내게 해달라’는 기도는 응답되었습니다.

눈이 하얗게 쌓였던 나무에 꽃이 하얗게 폈습니다. 섬에도 봄이 왔습니다.

섬은 육지처럼 농사 지을 땅이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봄이 오면 늙은 어부들은 염쇄밭(텃밭)을 일구느라 날마다 바쁜 일정을 보냅니다. 봄은 추운 겨울 수온이 따뜻한 곳으로 떠났던 고기들도 돌아오게 합니다. 그러기에 모두 바닷가에 모여 그물을 손질하며 고기 잡을 준비를 합니다.

섬 목회를 하는 교회도 추운 겨울에는 미처 돌보지 못한 성도님들을 심방하고 사순절이 뭔지 모르시는 어르신들에게 부활절의 의미를 자세히 가르치며 봄맞이를 합니다.

봄이면 파란 새싹이 돋아나는 원리를 통해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그분이 일하고 계신 사실을 설명합니다. 그런 점에서 봄은 가장 좋은 신앙 교재가 되기에 사실 섬 목회자들이 부활절을 통해 영적인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농부도 어부도 기다리던 봄은 교회에도 즐겁고 새로운 축복을 체험케 합니다.

젊어서는 어부였고 늙으신 지금은 농부로 살아가는 저 분들에게 봄은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라고 합니다.

부지런한 어부가 고기를 많이 잡습니다. 그래서 어부들은 부지런한 이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섬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는 최소한 어부들 수준의 부지런함을 보여야 대화가 통합니다. 저는 이것을 섬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습니다.

섬 주민들이 이용하는 읍내 상가는 아침 7시에 농협 병원 미용실 등 모든 가게가 문을 엽니다. 그리고 어부들 대부분은 새벽 5시에 아침을 먹습니다. 어부 아내들은 무조건 4시에 일어나 밥을 합니다. 이들 속에 있는 교회는 4시에 일어나 새벽기도로 하루를 열어갑니다.

전날 피곤해서 조금 늦게 교회 불을 켜면 교회도 안 나오시는 어부들이 이렇게 묻습니다. “목사님, 오늘 새벽엔 왜 불을 늦게 켰습니까?” 그래서 섬 교회 목회자는 아파도 어부들 시간에 맞춰 교회 불을 밝혀야 동네 사람들이 걱정을 안 합니다.

물론 저는 아직 어부들의 성실함에 미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섬 목회를 시작하면서 마치 군인들처럼 움직이는 생활이 처음에는 서툴고 조금은 어색했습니다. 이제는 적응력이 생겨서 영적인 긴장감이 불쑥불쑥 찾아오는 나태함을 깨워줍니다.

젊어서는 겁나게 예뻤다는 저 분들은 저 거친 손으로 봄이면 큰 돈 번다고 날마다 준비를 합니다. 멋지고 자랑스러운 복을 움켜잡은 손 앞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섬마을 노인들은 봄에는 천지에 돈이 널려 있다고 말합니다. 쑥을 캐고 달래 머위 냉이 두릅 고사리, 이렇게 봄 향기 가득한 나물을 부지런한 어른들은 300만원씩 번다고 하십니다. 그 말씀을 하시는 90세 되신 할머니는 바람 난 봄처녀처럼 좋아합니다.

이 봄에도 농어촌 목회자들께서 힘을 내셔서 어부들처럼, 섬사람처럼 성실함을 회복하셔서 신발이 닳도록 뛰면서 주님께 드릴 복음의 열매를 가득 안으시길 기도합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