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이 신규 방송을 전면 중단한 데 대해 중국 관영 언론과 관변논객 등이 환영 메시지를 냈다. VOA와 RFA는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 등을 보도하며 중국 비판에 앞장서왔다.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각) 글로벌미디어국(USAGM)의 기능과 인력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포함된 연방조직 축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USAGM은 해외 독재국가들을 대상으로 미국의 가치를 전파해온 매체인 VOA와 RFA, 자유유럽방송(RFE) 등을 산하에 둔 독립 정부기관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7일 사설을 통해 “‘자유의 등대’라는 VOA가 자국 정부에 의해 더러운 걸레처럼 혐오 받고 있다”면서 “VOA는 1942년 설립돼 ‘자유 민주주의 전파’라는 명목으로 40개 이상의 언어로 전 세계에 방송하며 도덕적으로 우월한 미국의 이미지를 구축하려 시도했지만, 그 독립성과 신뢰성이 자주 의심과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VOA는 세계 각지에서 분란에 불을 지피고 사회 대립과 국가 분열을 조장하며 심지어 정권 전복에 참여해 국제적으로 악명이 높다”면서 “VOA와 RFA, RFE의 공통점은 미국의 이념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른 나라를 대대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관련 보도에선 더 악랄했다고 비난했다. 매체는 “신장 인권 문제 비방부터 남중국해 분란 조장, 대만 독립 세력과 홍콩 분란 세력 지원, ‘중국 바이러스’ 조작, 중국 ‘생산 과잉설’ 선전까지 거의 모든 터무니없고 악랄한 중국 관련 거짓말 뒤에는 이 매체의 ‘원초적 기여’가 반드시 있었다”고 강조했다.
매체는 미국 정부효율부를 이끌며 연방조직 축소에 앞장서는 일론 머스크의 발언을 인용하며 미국인의 견해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X에 올린 글에서 VOA를 비판하며 “아무도 그들이 말하는 것을 더 이상 듣지 않는다. 단지 납세자의 돈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냉전 시기에 활동하며 ‘색깔 혁명’에서 허점을 드러낸 ‘인지전’의 도구로 사용된 VOA는 다극화된 오늘날에 나타나선 안 된다”며 “VOA가 예산 삭감과 인원 감축, 심지어 완전 폐쇄를 통해 역사의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주장했다.
매체는 “정보화 시대에 일부 전통적 서방 매체의 정보 독점 권력이 무너지고 있다”면서 “VOA가 ‘거짓말 공장’으로 유지하던 서사 패권은 한 네티즌의 짧은 현장 동영상으로 몇 분 만에 깨질 수 있다. 많은 미국인이 입체적인 중국을 보기 시작했을 때 VOA의 악마화된 서사는 시대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대표적 관변논객 후시진도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VOA와 RFA의 방송 중단에 대해 “정망 통쾌한 일”이라며 “미국의 반중 이념적 요새가 내부에서 무너져 내린 것을 중국인들은 기쁘게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은 거의 모두 VOA를 알고 있다. VOA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이념적 침투를 상징하기 때문”이라며 “VOA는 여러 차례 중국 사회를 향해 선동하고 혼란을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VOA는 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에 맞서기 위해 1942년 설립됐디. 지금은 매주 3억6000만명에 48개 언어로 소식을 제공한다. RFA는 언론이 통제되는 북한, 중국 등의 내부 소식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해당 국가에 미국의 입장과 국제사회 소식을 전했다.
미국 전국기자협회(NPC) 마이크 발사모 회장은 성명에서 “VOA는 수십년간 전 세계 독자에게 사실에 기반을 둔 독립 저널리즘을 제공했으며 이는 언론의 자유가 없는 곳에서 종종 이뤄졌다”고 말했다. 국경없는기자회도 이번 조치가 “전 세계 언론 자유를 위협하고,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지지해온 80여년의 미국 역사를 부정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