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가 세 시즌 만에 프로농구 KBL 정규리그 정상을 탈환했다. SK는 ‘빠른 농구’라는 확고한 팀 컬러를 앞세워 역대 최소경기 우승 신기록을 만들어냈다.
SK는 16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와의 2024-2025 KBL 정규리그 경기에서 75대 63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37승 9패를 기록한 SK는 2위 창원 LG(28승 17패)와 격차를 8.5경기로 벌려 남은 8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SK는 54경기 체제 정규리그에서 역대 가장 빠른 46경기 만에 우승을 확정지었다. 종전 기록은 11-12시즌 DB(당시 동부)가 달성한 47경기였다. SK는 12-13시즌과 19-20시즌, 21-22시즌에 이어 팀 통산 네 번째 정규리그 1위에 올랐다.
SK가 오랫동안 구축한 속공 능력은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전희철 SK 감독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뻔한 농구가 아닌 펀(FUN)한 농구를 보여주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사령탑에 부임한 21-22시즌 통합우승을 달성했던 그는 기존의 강점을 극대화해 우승에 도전하는 방향을 택했다.
비시즌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었던 SK는 우승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다. 다만 여섯 시즌 째 동행 중인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와 김선형, 안영준, 오재현 등 주축선수들이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 더욱 탄탄한 조직력을 갖게 됐다.
빠른 농구는 위력을 드러냈다. SK는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평균 스틸과 속공(이상 8.0개)을 기록하며 코트를 지배했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속공 득점(15.8점·1위)을 올리면서도 턴오버는 9.7개로 가장 적었다. 빠른 공격 전환에도 실수는 적었다는 의미다.
공격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워니는 올 시즌 리바운드를 잡은 뒤 직접 드리블과 패스로 속공 전개를 지휘했다. 이전보다 더 간결하고 빠르게 득점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창출됐다. 1·2·4라운드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쥔 워니는 골밑에서도 중심을 잡았다. 현재 리그 전체 득점 1위(23.5점)에 리바운드 2위(12.3개)에 올라 있다.
국내 선수들이 큰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른 것도 플러스 요인이 됐다. 안영준은 리그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14.5점을 책임지며 최정상급 포워드로 올라섰다. 수비의 달인으로 불리는 오재현은 공수 양면에서 성장을 거듭했다. 김선형과 오세근, 최부경 등 고참 선수들도 꾸준히 코트를 지키며 중심을 잡았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