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직면 석화업계, 배터리 소재로 활로 모색

입력 2025-03-17 06:00

석유화학업계가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장기 불황에 빠진 가운데, 배터리 소재 사업으로 눈을 돌리며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 둔화로 인해 배터리 사업마저 타격을 입어 석화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석화 기업들이 석유제품 가격 회복이 지연되면서 ‘배터리 소재’ 사업을 불황 타개책으로 선택하고 있다. 향후 전기차 시장 수요에 대응하며 기존 석유화학 제품 대비 높은 부가가치와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등 리튬이온배터리 4대 소재 시장이 오는 2025년 934억 달러(123조원)에서 2030년 1476억 달러(19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LG화학은 미국에 최대 양극재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북미지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타깃으로 2026년부터 연간 최대 6만t 규모의 양극재 생산에 들어갈 방침이다. 또한 LG화학은 지난 5일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2025’에 참가해 국내 최초로 전구체 공정을 생략하는 ‘전구체 프리 양극재(LPF)’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도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밸류체인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23년 3월 배터리 소재를 생산하는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했으며, 지난해 6월에는 전기차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을 지연할 수 있는 고강성 난연 PP 플라스틱을 개발했다.

롯데케미칼을 포함해 롯데 화학군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롯데인프라셀도 인터배터리 2025에 참가해 배터리 관련 고기능성 제품들을 전시했다. 기존 금속·플라스틱 대비 충격과 열에 강한 고기능성 고무가합성수지(ABS)를 적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하우징 소재와 전기차의 감성적인 디자인을 적용해주는 다양한 컬러와 질감이 적용된 가볍고 튼튼한 고기능 플라스틱 소재 등이다.

그러나 글로벌 전기차 시장 둔화로 석화 업계의 배터리 소재 사업의 성장세도 기대만큼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10월 충남 대산에 연산 3200t 규모로 건설 중이던 탄소나노튜브(CNT) 4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했다. CNT는 전기와 열전도율이 우수하고 철강보다 100배 강한 차세대 소재로 전기차 배터리 및 전도성 도료 등에 활용된다.

석화 업계는 불황 속에서도 사업구조 개편을 가속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영준 롯데케미칼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속도감 있는 사업구조 전환 추진과 본원적 사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혁신 활동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변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진행 중인 사업 구조 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현금흐름 중심의 엄중한 경영 지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