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여전히 유효한 마키아벨리즘

입력 2025-03-16 18:46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정치가는 그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수단을 사용해도 좋다. 정치는 일체의 도덕·종교에서 독립된 존재이므로 일정한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이 비록 도덕·종교에 반하더라도 목적 달성이란 결과에 따라서 수단의 반도덕성, 반종교성은 정당화된다”라고 했다.

이런 마키아벨리에서 유래된 정치사상이 국가를 위해서는 어떤 수단이나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는 마키아벨리즘이다. 즉,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사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마키아벨리즘은 역사적으로 권력과 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정치인과 지도자들은 때때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해 마키아벨리즘적인 전략을 사용하곤 했다.

마키아벨리즘을 신봉하는 정치인의 특징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타인을 조작하거나 속이고, 타인의 감정이나 고통에 무감각하며, 이를 이용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또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인 기준보다 실리적이고 전략적인 결정을 우선시하고, 권력과 통제를 추구하며, 이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마키아벨리즘은 민주주의가 일상화되었다고 믿는 현재에도 여전히 그 위력을 발휘한다. 권력의 최정점에 있으면서 그 달콤함을 맛본 권력자는 권력이 위협받으면 마키아벨리즘적 성향을 드러낸다. 극단적인 반법치주의적 수단을 통해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뒤집고자 시도한다. 마키아벨리즘적 사고방식에서 이런 극단적 수단은 단지 합리적 선택일 뿐이다.

한편, 마키아벨리즘 성향의 권력자가 선택한 극단적 수단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하더라도, 이런 성향의 권력자는 자신의 잘못을 수정하기보다는 또 다른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선택된 수단은 반대세력 제거나 탄압 등과 같이 더 강력하고 더 위험할 것이 되기도 한다. 마키아벨리즘적 성향을 가진 권력자가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선출되었다면, 그가 어떤 수단을 선택해도 지지하는 일정한 세력이 있기 마련이어서 더욱 위험하다.

20세기의 대표적 자유주의자 ‘카를 포퍼’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책에서 “정치철학은 나쁜 정부가 들어서는 경우를 다루어야 한다. 사악하거나 무능한, 또는 사악하면서 무능한 인물이 권력을 잡아도 악을 마음껏 저지르지 못하게 하려면 정치제도를 어떻게 조직해야 하는가? 이것이 올바른 질문”이라며 권력의 제한과 분산의 정치철학인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즉, 민주주의는 가장 훌륭한 사람을 권력자로 선출해 최대한의 선을 행하는 데 적합한 정치제도가 아니라 최악의 인물이 권좌에 올라도 나쁜 짓을 마음껏 저지르지 못하게 할 수 있는 정치제도라는 것이다.

2024년 12월 3일, 우리가 피와 땀으로 쌓아 올린 우리 민주주의가 허점을 드러냈다. 어쩌면 우리는 아직도 ‘최악의 인물이 권좌에 올라도 나쁜 짓을 마음껏 저지르지 못하게 할 수 있는 정치제도’로서의 민주주의조차 도달하지 못한 건 아닐까.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이 많은 요즘이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