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재단인 숭실대학교는 ‘교직원 채용 시 지원 자격을 기독교인으로 제한하는 인사 규정을 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권고사항에 대한 답변서를 12일 제출했다. 숭실대는 “학교법인의 설립 목적에 따라 모든 교직원의 자격을 기독교인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인권위는 숭실대의 2025년 신입 직원 채용 공고에 비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지원자체를 할 수 없다는 진정을 접수했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해 11월 학교측에 정관과 인사 규정 등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종립학교(종교계가 세운 학교)의 설립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경우가 아닌데도 모든 교직원의 지원자격을 기독교인으로 제한하는 것은 종교를 이유로 한 고용차별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숭실대는 “학교법인의 설립 목적이 ‘기독교 신앙과 대한민국의 교육 이념에 의거해 국가와 사회 및 교회에 봉사할 수 있는 유능한 지도적 인재를 양성함’에 있다”며 “모든 교직원의 자격을 기독교인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불수용 입장을 회신했다.
이어 숭실대는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며 교직원 채용에 대한 학교법인의 독자적인 결정권은 인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지난 2월에도 기독교 사립 대학교에 종립학교가 종교 과목을 졸업 필수 요건으로 지정하려면 신앙이 없는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대체 과목이나 대체 과제를 제공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종교 전파를 목적으로 한 종교 과목을 의무적으로 이수하게 하는 것은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측은 “종교과목을 교양필수 과목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애초부터 모든 학생은 설립 이념 관련 기독교 과목을 이수해야 함을 대학 홈페이지에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인권위의 판단이 종교계 사립대학의 자율성과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으며 이는 기독교 대학들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권고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헌법이 대학의 자율성과 종교 교육의 자유를 보장하는 만큼, 필요할 경우 교계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3일, 전국 348개 대학 소속 교수 3239명이 참여하는 ‘동성애·동성혼 합법화 반대 전국교수연합(동반교연)’은 인권위의 권고를 강하게 규탄하며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동반교연은 성명을 통해 “종립대학교는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선교할 자유를 보장받은 것이며 이에 동의한 학생들은 평가방법과 관계없이 필수 종교과목을 이수해야 한다”며 “입학 후 필수 종교과목 수강을 거부하는 것은 입학 당시의 약속을 어기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것에 인권위가 개입하여 종교과목에 대한 대체과목을 추가로 개설하거나 대체과제를 부여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심각히 위배하는 것으로 인권위의 권고를 강력히 규탄하고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